[생츄어리]캄보디아 프놈타마오 동물공원 프리 더 베어스 생츄어리


캄보디아 프놈타마오 동물공원 프리 더 베어스 생츄어리
Cambodia Phnom Tamao Zoological Park Free the Bears Sanctuary


 

 캄보디아 프놈타마오 동물공원 프리더베어스 곰 생츄어리

캄보디아 프놈타마오 동물공원 프리더베어스 곰 생츄어리

 
베트남 일정을 마치고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이동했다. 시내에서 자동차로 2시간여 거리에 프놈타마오 동물공원이 있고, 그 안에 곰 생츄어리가 있다. 곰 보금자리 활동가 두 명이 2018년 11월 26일부터 이틀간 방문했다. 하도 넓어서 시간 관계상 자동차를 타고 둘러봤다.

캄보디아 정부가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기 위해 1995년에 동물공원을 설립했다. 1997년에 프리 더 베어스(Free the Bears)가 정부와 계약을 맺고 넓은 부지를 지원받아 곰 생츄어리를 운영하고 있다. 야생동물연합(Wildlife Aliance)도 각종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구조해 교육 목적으로 전시하며 보호한다.
 

 반달가슴곰보다는 주로 태양곰(말레이곰)이 많다.

반달가슴곰보다는 주로 태양곰(말레이곰)이 많다.

 
프리 더 베어스 직원과 함께 시설과 곰의 상태를 살폈다. 반달가슴곰은 거의 없고 주로 태양곰(말레이곰)이 많았다. 캄보디아에는 주로 반달가슴곰을 이용하는 쓸개즙 농장이 없고, 밀렵된 새끼 태양곰이 애완동물로 길러지다 적발되면 압수되어 이곳으로 오기 때문이다. 태양곰은 자라면서 점점 사나워져 방치되거나 소유자가 사육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베어하우스의 새끼태양곰.

베어하우스의 새끼태양곰.

 
베어하우스는 친환경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빗물을 받아 식수 외의 용도에 쓰고, 곰의 분변을 발효시켜 메탄가스를 생산해 불을 피운다. 곰의 분변을 이용한 퇴비를 만드는 일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곳 역시 태양광을 이용해 생산한 전기를 방사장 펜스에 공급한다.
 

 사자처럼 생겨서 유명해진 반달곰(좌)

사자처럼 생겨서 유명해진 반달곰(좌) 

 
예전에 지은 방사장은 좁은 공간에 행동풍부화 시설을 갖췄고, 새로 지은 방사장은 넓은 공간의 숲을 그대로 유지하며 펜스를 설치했다. 각각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는 곰의 행동 변화를 연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숲이 우거진 쪽이 좋아 보였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동물원과 비슷하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동물원과 비슷하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동물원과 비슷했다. 차량투어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어 많은 관람객이 이곳을 찾는다. 그러나 사전 교육에도 불구하고 일부 관람객이 먹을 것을 던져 넣는 등의 행동을 해서 질병과 스트레스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관람객에게 개방된 방사장은 아예 유리벽으로 높이 가로막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동물공원 어느 평상 아래에 있던 어미돼지와 새끼들

동물공원 어느 평상 아래에 있던 어미돼지와 새끼들

 
점심식사를 하러 간 곳은 본격적인 유원지 같았다. 평상 아래에 뭔가가 꿀렁거리는 게 보인다. 어미돼지와 새끼들이다. 일부는 야생의 무늬를 지녔다. 멀리서 조용히 바라보는데 어미돼지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돌아눕는다. 미안한 마음으로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동물공원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원숭이들.

동물공원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원숭이들.

 
주위를 둘러보니 원숭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줄지어 가는 개미를 주워 먹고, 인간에게 접근해 먹이를 구하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전기펜스를 넘나들며 동물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어쩌면 갇혀 있는 동물들에게는 자극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런 환경에서는 인수공통전염병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양곰의 건강상태를 면밀히 확인하는 직원들

태양곰의 건강상태를 면밀히 확인하는 직원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의 프리 더 베어스 곰 생츄어리 순회진료를 하는 수의사에 의하면 이곳에는 최근에 결핵 판정을 받은 곰이 있어 전염을 막기 위해 안락사를 했고, 다른 곰들에게 결핵이 있는지 확인하는 중이라고 했다. 문득 한국의 상황이 궁금해졌다. 열악한 환경에 사는 곰이 어떤 질병을 갖고 있는지, 농장 사람들은 어떤지. 그리고 동물원은 어떤지.
 

 공을 이리저리 굴리며 간식을 빼먹는 태양곰

공을 이리저리 굴리며 간식을 빼먹는 태양곰 

 
방사장으로 다시 이동하자 여러 나라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먹이를 달라고 줄지어 서있는 태양곰들에게 채소와 간식이 들어있는 공을 던져주고 있었다. 그들은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숙식을 하면서 곰의 먹이를 준비하고, 행동풍부화를 제공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자원봉사라기보다는 동물 체험 여행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숲을 유지한 넓은 방사장. 반달곰들을 찾아보시라.

숲을 유지한 넓은 방사장. 반달곰들을 찾아보시라. 

 
최근에 지어진 시설로 이동했다. 숲이 우거진 넓은 방사장에 곰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는데 동행이 나무 꼭대기를 보라고 알려줬다. 반달가슴곰이다! 그가 비를 맞다가 슬금슬금 내려오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비를 피해 베어하우스 처마로 몰려든 곰들이 우리를 올려다본다. 눈을 맞추며 인사했다. 우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곰은 다른 생명체들이 뭘 하든 나무 구조물 위에 앉아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비를 한껏 즐기고 있었다.

 

 비를 마시며 즐기는 듯한 모습의 반달가슴곰

비를 마시며 즐기는 듯한 모습의 반달가슴곰 

 
이튿날, 오전에 주어진 시간동안 다른 동물들이 수용되어 있는 시설을 둘러봤다. 꽤 넓고 숨을 공간이 많은 방사장에 각종 야생동물들이 먹이활동을 하거나 낮잠을 자고 있었다. 하지만 넓어 보이는 방사장 구석에서 승냥이가 같은 구간을 왕복하는 정형행동을 하는 것도 보였다. 호랑이는 동물원이 떠나가라 포효하다가 나무 틈에서 잠을 청하고, 코끼리는 우리를 향해 긴 코를 휘두르며 물을 뿌린다. 다들 무료해 보였다.
 

 우리에게 긴 코를 휘두르며 물을 계속 뿌리던 코끼리

우리에게 긴 코를 휘두르며 물을 계속 뿌리던 코끼리

 
긴팔원숭이 방사장에 다가가자 한 마리가 가까이 다가온다. 철창에 몸을 밀착하고 우리에게 손을 내민다. 동행한 직원이 만져보란다. 하지만 괜찮을까? 나는 일방적으로 만지지 않고 손을 내밀어 보았다. 그러자 그가 내 손을 잡는다.

처음 경험하는 감촉이다. 다른 손도 내밀자 그가 발을 내밀어 잡는다. 우리는 연결된 채 한참을 있었다.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는 애완동물로 길러지다가 이곳에 왔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일까. 서서히 손을 놓으며 인사하자 나를 내려다보는 그의 표정이 가지 말고 놀아달라고 하는 것 같다.
 

 내 손을 잡고 나를 아련하게 바라보는 긴팔원숭이.

내 손을 잡고 나를 아련하게 바라보는 긴팔원숭이. 

 
아무리 넓게 만들어도, 그 어떤 행동풍부화 시설을 만들어 준다 해도 야생에서 주체적으로 긴장하며 살아가는 동물들이 느끼는 것들을 갇혀 있는 그들은 결코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문득 현대문명사회의 인간이 스스로 갇혀 살고 있기에 다른 생명체를 가두는 것에 대한 감수성까지 없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야생동물이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들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납치를 그만둬야 한다.
 

 동물원이 떠나가라 포효하던 호랑이

동물원이 떠나가라 포효하던 호랑이

 
물론 인간에게 사육되어 야생으로 갈 수 없는 동물에겐 머물 곳이 필요하다. 한국의 동물원이 없어질 수 없다면 최소한의 복지를 위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일부 동물원이 리모델링을 하면서 동물의 복지에 신경을 쓰는 모습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등록제인 동물원이나 동물카페가 별 다른 기준 없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현실이다.

유행하는 동물들이 생산되고 소비되고 유행이 끝나면 버려진다. 버려진 동물은 어디로 가는지 알 수조차 없다. 동물을 가두는 시설이 최소한의 동물복지를 충족하는 기준을 통과해야하는 허가제로 전환되지 않는 한, 동물은 언제까지나 인간의 그릇된 욕심을 위해 착취당할 수밖에 없다.
 

 넓은 방사장 구석에서 정형행동을 하던 승냥이

넓은 방사장 구석에서 정형행동을 하던 승냥이

 
우리에게 열정적으로 설명해준 직원이 한국의 상황은 어떤지 물었다. 한국은 여전히 곰 사육과 10년 지난 곰의 도축이 합법이라고 말하자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대부분 중성화를 했지만 좁은 철창에서 죽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그 곰들을 구조해 생츄어리에서 좀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그는 생츄어리의 곰이 모두 사라지면 그때는 어떤 용도로 생츄어리를 쓸 것인지도 질문했다. 그때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사육곰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나면 중대형 야생동물을 위한 생츄어리로 사용할 거라고 답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응원해 주었다.
 

 마음껏 나무를 탈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마음껏 나무를 탈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열흘간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곰 생츄어리 세 곳을 둘러보면서 한국의 생츄어리는 어떤 모습을 갖추고 어떻게 운영할지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프놈타마오 동물공원에서는 곰 생츄어리 외에도 야생동물을 가두는 시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두 나라 모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도 그렇게 될 수 있기를.

궁극적으로 동물원도 생츄어리도 없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를 멈추고, 보존하고 재자연화하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구별 자체가 모두의 생츄어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결국 인간에게도 좋은 길이니까. 현대문명사회에서 누구나 쉽게 잊고 사는 '구속하지 않고, 구속되지 않으려는' 감수성을 찾아야한다. 그래야 동물과 인간 모두를 고통스럽게 하는 사육곰 문제도 언젠가 끝날 수 있지 않을까.
 

 곰을 마주하다.

곰을 마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