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곰이 사람을 공격하나요? 어떤 곰이 제일 착한가요?


Q: 곰이 사람을 공격하나요? 어떤 곰이 제일 착한가요?

A: 네, 곰은 사람을 공격합니다. 현존하는 8종 중 7종이 사람을 공격한 기록이 존재하고요, 그 중 6종은 사망 사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빈도로 보면 매년 최소 3종의 곰이 사람을 공격하며, 이 중 매년 사망자를 발생 시키는 종도 1종 이상입니다.


이어 질문해주신 ‘제일 착한 곰’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사람을 가장 덜 공격하는 종을 뽑는 것이 적당할 듯 싶습니다. 사람을 공격한 기록이 가장 적은 곰은 남미의 안데스 산맥에 서식하는 안경곰(Tremarctos ornatus)입니다. 출처가 불명확한 일화 하나 정도가 언급되는 것을 제외하면 안경곰이 사람에게 물리적인 위해를 가했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는데요, 다른 곰들이 적어도 두 건 이상의 기록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했을 때 이정도면 통상 말하는 ‘착하다’는 의미에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답변이 너무 간단히 끝난 것 같아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을 더 붙여 보겠습니다.

그럼 나머지 7종의 곰들은 왜 사람을 공격하는 걸까요? 이 곰들이 안경곰보다 ‘나빠서’ 그런 걸까요?


곰이 사람을 공격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바로 곰이 사람에게 놀라거나 화가 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공격 사례 중 절대 다수는 피해자가 곰을 갑작스럽게 가까운 거리에서 맞닥뜨리거나 새끼가 딸린 어미와 마주친 상황 즉, 곰이 사람에게 위협을 느낄만한 경우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곰들은 사람의 존재를 크게 신경 쓰지 않거나 먼저 피해가는 편이지만, 놀라거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힘이 세고 무기도 많은 동물인 만큼 몸을 피하기보다는 방어 또는 반사적인 맥락에서 공격을 하게 됩니다. 가급적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하면서도 명백히 위협이 될(것 같은) 상황에서는 이를 지체 없이 감수하는, 중대형 야생동물에게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모습입니다.

 

반면 가장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사냥’, 즉 ‘잡아먹기 위해서’는 거의 해당이 없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합니다. 곰 중 ‘중형 이상 포유동물을 유의한 수준으로 먹는가’와 ‘사람을 잡아먹은 기록이 있는가’를 모두 만족하는 종은 4종으로 전체의 반절에 지나지 않는데요, 이마저도 북극곰을 제외한 3종은 사실 식물성 먹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은, 초식에 가까운 잡식성을 가졌습니다. 공격상황을 보아도 대부분 추적이나 매복을 한 정황이 없는 등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동물을 사냥할 때와는 사뭇 다르게 행동하는 정황이 있고, 공격으로부터 생존한 사람이 사망한 사람보다 더 많다는 사실까지 고려한다면 대부분의 공격이 사냥과 같은 적극적인 맥락보다는 반사적인 맥락에서 일어난다는 주장에 다시 한 번 힘이 실립니다.

 

4종을 제외한 나머지 곰들은 아예 사람을 먹이로 생각하지도 못할 공산이 큰데요, 일단 사람 크기의 동물을 추격하고 사냥하기에는 몸집도 작고 체형도 적절하지 않거니와, 생태적으로 특정 먹이원에만 집중된 식성을 가졌거나 서식지가 외져 인간과 만날 가능성이 적은 등 각자의 그럴 만한 이유들도 있습니다. 때문에 실제로도 식인을 한 기록이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지극히 드문 수준이죠.

 

이쯤 되면 세상엔 사실 나쁜 곰이 없다는 결론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요, 맞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착하고 나쁜 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그 곰을 착하고 나쁘다고 여기는 사람이 존재할 뿐입니다.

북미에서의 공격 사례가 대부분 수렵, 하이킹, 캠핑 등 야외 레져활동이 늘어나는 7~8월에 집중된다는 사실은 충돌을 먼저 유발하는 쪽이 곰이 아니라 우리임을 말해줍니다. 북미의 전문가들은 곰의 서식지에서 이루어지는 야외활동이 단순히 곰과 마주칠 확률이 높기 때문만이 아니라, 보통 1~2인 단위로 조용하게 이루어지는 특성상 예고 없이 갑자기 마주쳐 곰을 놀라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공격에 더욱 취약하다고 지적합니다. 길을 가다 강도를 마주친 것이 아닌, 남의 집을 몰래 돌아다니다 집주인과 마주친 꼴입니다.



(캐나다 재스퍼 국립공원의 회색곰(좌)과 밴프 국립공원의 아메리카흑곰. 캐나다의 국립공원들은 곰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번식기를 맞는 4월경부터 각 구역 별로 곰의 서식밀도에 따라 출입을 아예 금지하거나 4인 이상인 경우만 가능하도록 제한하며, 곰이 소리를 듣고 먼저 피할 수 있도록 하이커들에게 종을 달고 다니도록 한다.)

 

아시아에서 곰에 의한 가장 많은 공격이 발생하는 인도에서는 느림보곰에 의한 사고가 압도적인데요, 이 경우에도 숲속에서 1~2인 단위로 조용히 음식과 땔감을 구하는 인근 주민들이 입는 피해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물론 인간의 거주지로 내려온 곰이 가축과 기물에 피해를 일으키고 가끔은 사람까지 공격하는 반대의 상황도 있다지만, 이런 경우에도 그 자리가 거주지이기 이전에 무엇이었을지 생각해 본다면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는 셈입니다.


 (캐나다 워터톤 국립공원의 아메리카흑곰 어미와 새끼들. 국립공원에서는 방문객들에게 곰과의 조우 시 거리를 100m 이상으로 유지하며, 곰이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움직일 것을 교육하고 있다.)


곰들과의 땅따먹기 게임에서 승기가 우리 쪽으로 기운 것은 너무나 오래 전의 일입니다.

우리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곰을 몰아내어 8종 중 6종을 멸종위기에 빠뜨렸고, 나머지 두 종에게도 마찬가지의 지역적인 절멸과 감소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곰이 해친 사람의 숫자보다 아득히 많은 숫자의 곰을 해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착한’ 안경곰의 유일한 공격사례로 전해진다는 불명확한 일화도 사냥을 당하며 총에 맞은 곰이 사람을 해쳤다는, 19세기부터 성행한 밀렵으로 큰 개체 수 감소를 겪은 안경곰에게 상당히 그럴 듯한 내용입니다.

 

또한, 이에 모자라 우리는 여덟 종의 곰 모두를 창살에 가둬 구경거리로 기르는 데에도 성공했습니다. 지극히 외진 서식지에서 사실상 초식동물로 살아가는 대왕판다조차 사람을 공격한 기록이 있는 것도, 북미엔 살지도 않는 말레이곰이 미국에서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야생 곰이 70마리가 채 안 되는 우리나라에 조차 공격 사례가 있는 것도 야생에서 보다 10배는 많은 수의 곰들이 사육 상태로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렇듯, 오늘날 우리는 곰을 필요 이상으로 몰아붙인 결과로 입지 않아도 되었을 피해까지 입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론으로 돌아오자면, 곰은 사람을 공격합니다.

다만 대부분은 사람에 의한, 그럴만한 이유 때문이며, 그래서 그것을 이유로 곰의 ‘착함’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 까지가 이번 달의 답변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