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일반]야생동물과 교잡된 애완·반려동물의 문제점



지난 7월 말, 경기도 평택의 한 마을을 배회하던 이국적인 고양이과 동물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냥한 길고양이를 입에 물고 사라지는 모습이 온라인상에서 제법 화제가 됐었죠. 곧바로 보호단체와 관련 방송에서 나서면서 결국 이 동물은 7월이 가기 전 포획되었는데요, 이에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에서도 이 일을 8월 뉴스레터를 통해 다루려고 했습니다만 이 동물의 처분과 관련한 문제가 길어지며 달을 넘기게 되었네요.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한 것은 이 동물의 정체였습니다. 일견 고양이와 비슷하지만 치타 같은 점박이에 얼굴만큼이나 큰 귀, 고양이보다 배는 긴 다리와 짧은 꼬리를 가진 낯선 모습. 아무리 봐도 아프리카의 초원에 서식하는 야생 고양이과 동물, ‘서벌’을 닮은 모습이었습니다.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의 서벌)


서벌Serval은 야생에서 멸종위기에 처해있지는 않지만 보전에 있어 인간의 영향을 크게 받는 포식동물인 만큼 서식지의 여러 나라에서 보호받고 있고,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즉 ‘CITES’에서도 부속서 II에 분류하여 국제 거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CITES 협약 당사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 역시 ‘야생생물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 12조에 의해 연구목적 또는 동물원 등에서의 전시목적으로만 수입할 수 있도록 거래를 규제하고 있구요.


하지만 관련한 국내법이 이러함에도, 포획 이후 이 동물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건 연구기관도 동물원도 아닌 한 개인이었습니다. 자신이 이 동물을 3년간 키웠다는 ‘보호자’는 이 동물이 서벌이 아닌 ‘사바나캣’이라고 알고 있다고 했죠.


(서벌과 고양이의 모습을 동시에 갖춘 어린 사바나캣의 모습) ⓒ픽사베이


사바나캣Savannah cat은 서벌 수컷과 고양이 암컷의 이종교배를 거쳐 만들어낸 혼종으로, 1986년 미국에서 처음 번식된 이후 2001년부터는 국제고양이협회TICA의 공인을 받아 고양이의 정식 품종 중 하나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서벌의 유전자에서 오는 야생적인 외모와 커다란 크기, 대담한 성격을 원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를 거듭하며 대중화되어 지금은 국내에도 사바나캣 분양 전문을 표방하는 개인이나 업체가 있고,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사바나캣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이후 유전자 검사에서 사바나캣으로 드러났음에도 이 동물은 개인에게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던 걸까요? 그 이유는 국내외 규정상 사바나캣이 모두 고양이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CITES 협약에서는 부속서 I, II에서 보호하는 종과의 혼종에 대해 교잡 이후의 4세대까지는 협약에서 보호하는 종인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서벌과의 교잡 이후 첫 세대(F1)부터 네 번째 세대(F4)에서 태어난 사바나캣은 고양이가 아닌 서벌로 보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TICA가 ‘고양이’라고 보는 사바나캣의 범위와도 맞닿는데요, TICA는 서벌 수컷과 (샴)고양이 암컷이 교배한 뒤 다섯 세대를 더 거쳐 태어난 F5 개체부터 사바나캣으로 인정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F1~F4까지는 고양이가 아니라는 말이 되기에 결국 CITES의 규정과 같은 말인 셈이지요.


평택 사바나캣은 검사 결과 F1~F2, 즉 CITES가 서벌로 보고 TICA가 고양이로 보지 않는 야생동물에 가까운 존재였습니다. 따라서 CITES종의 수출입 및 양도·양수에 대해 CITES 부속서 등급을 그대로 적용하는 국내법상 이 동물은 부속서 II에 속하는 야생동물 서벌로 간주되었고, 그래서 ‘보호자’에게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사바나캣을 ‘고양이’로서 집에서 기를 수 있는지 여부를 정하는데 몇 세대인지가 왜 기준이 되는 걸까요? 혈통상 서벌에 더 가깝다고는 하나 ‘보호자’가 집에서 3년 동안 자식처럼 키웠다는 이 사바나캣은 낯선 사람이 손으로 건네는 간식을 기꺼이 받아먹으며 심지어는 진정제 없이 스스로 이동장에 들어가는, 겉보기에는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와 별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야생동물의 혈통을 가졌어도 집에서 잘 길들일 수는 없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서벌과 고양이의 차이에 대해 알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과라고는 하나 서벌Leptailurus serval고양이Felis catus는 신생대 마이오세에 살았던 공통 조상을 마지막으로 갈라져 무려 8,500,000년의 세월 동안 서로 다른 진화를 거듭했습니다. 사실 서벌은 비단 고양이뿐만이 아니라 고양이과 전반과 비교해도 무척 독특한 종인데요, 그나마 진화적으로 가장 가깝다는 카라칼Caracal caracal계통과도 5,600,000년 전에 갈라져 독자적인 진화를 거쳤습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고양이과 계통 중에서 3번째로 오래 된 셈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독자성은 서벌이 다른 어떤 고양이과 동물과도 같지 않다는 사실을 나타냅니다. 실제로 서벌은 자신이 속한 속Genus의 유일한 구성원이기도 하죠.




복잡한 계통유전학적인 사실을 빼고 보아도 서벌이 고양이와 매우 다르다는 사실은 여전히 자명합니다. 숲에서 나와 인간을 만나서 가축으로 개량된 고양이의 조상과는 달리, 서벌의 조상은 긴 풀과 관목으로 덮인 초원에서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는 야생동물로 수 만년을 살아왔습니다. 6월 뉴스레터에 실었던 글 ‘동물원 번식이 종 보전이 아닌 유전적 측면의 이유들(http://projectmoonbear.org/library/?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4060061&t=board)’에 나왔던 ‘*선택압’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서로 굉장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며 번식해 왔기에 두 종에게 가해진 선택압은 매우 다른 방향으로 작용해왔습니다.

(*선택압  selective pressure : 경쟁에 유리한 형질을 갖는 개체가 선택적으로 증식하도록 개체군에 작용하는 생물, 화학, 물리적 요인)



고양이가 인간과 살기 좋은, 또는 인간이 좋아하는 특징들이 선택되며 만들어진 종이라면, 서벌은 초원에서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기 좋은 특징들이 선택되어 생겨난 종입니다. 가령 외모를 놓고 보자면, 긴 풀을 헤치고 성큼성큼 걷는 데에 큰 키가, 수풀 속에 숨은 먹잇감의 소리를 듣는데에 큰 귀가, 수풀 위로 도약해 먹잇감을 덮치는 데에 기다란 뒷다리가 유리했을 것이고, 따라서 선택압은 이러한 신체조건을 갖추도록 하는 방향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서벌의 우아한 외모는 그렇게 서식환경과의 복잡한 인과관계를 통해 탄생했습니다. 사바나캣이라는 형태로 그 외모를 고양이에게 옮겨 놓으려는 우리의 인과가 고작 멋있고 예쁘다는 것이 전부인 데에 비추면 무척 고매하지요.



외모뿐만이 아니라 기질이나 습성과 같은 내적인 특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서벌은 살아가기 위해 약 10~32제곱킬로미터의 생활권 내에서 매일 2~4킬로미터 정도를 이동합니다. 그 과정에서 주변 환경으로부터 오는 수많은 정보를 토대로 먹이와 물을 얻고, 짝을 만나거나 경쟁자를 물리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삶을 살기 위해 서벌은 집에서 사는 고양이에 비해 대단히 활동적이며 끊임없이 탐구하려는 선천적인 기질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또한 서식지 내 온갖 종류의 먹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사냥해야 하는 포식자인 서벌은 움직이는 물체를 붙잡거나 다른 생물을 추적하고 죽이려는 본능이 고양이에 비해 강하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자나 하이에나와 같은 훨씬 커다란 육식동물이 많은 아프리카의 야생에서는 그런 서벌조차 언제고 죽임을 당할 수 있는 피식자이기도 하지요. 서벌이 가축인 고양이에 비해 우악스러우면서도 조심성이 많고 예민한 기질을 타고나야 하는 이유입니다.



상술한 이 모든 차이들은 서벌과 고양이가 갈라진 이후 흐른 수백만 년의 세월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각자가 주변환경과 벌인 상호작용이 누적된 결과물인 것이죠. 그리고 그런 만큼, 이러한 차이점들은 고작 가까운 몇 세대가 교잡되어 가정에서 길러진 정도로는 쉽게 좁혀지지 않습니다.



가장 좋은 예시는 집에서 ‘길러졌던’ 서벌이나 사바나캣으로부터 찾을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고양이과 동물 생츄어리인 ‘빅캣레스큐Big Cat Rescue’의 홈페이지를 보면 이곳에서 현재 보호하고 있는 53마리의 고양이과 동물 중 서벌이 두 번째, 사바나캣이 네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습니다. 야생 고양이과 동물의 개인 소유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빅캣레스큐는 보호하고 있는 개체들의 프로필에 이들이 어떤 경위를 통해 구조·양도되었는지를 명시하고 있는데요, 프로필에 따르면 이곳의 10마리 서벌과 6마리의 사바나캣 중 상당수는 감당이 어려워 소유를 포기한 개인으로부터 온 것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빅캣레스큐가 이를 통해 이야기하는, 야생 고양이과 동물Wildcats과 그 혼종Hybrid cats들이 애완동물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먼저 물거나 할퀴는 문제가 있습니다.

야생종과 그 혼종들은 이빨과 발톱으로 사람이나 다른 동물들에게 부상을 입히곤 하는데, 심지어 이것은 공격적인 의도가 없는 때도 해당됩니다. 장난을 치거나 사냥 놀이를 하는 수준에서도 야생종의 우악스러운 신체·정신적 기질 때문에 부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만큼 작정하고 공격성을 드러내는 경우에는 정말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반적인 고양이 중에서도 손님의 방문이 자유롭지 않은 개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일반 가정에서 이런 동물을 기른다는 것은 큰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입니다. 사람이 아닌 동물들에 대해서는 평택 사바나캣이 고양이를 잡아먹으며 지냈던 사실이 있으니 그 위험성은 더 강조하지 않아도 부족함이 없겠군요.

(F1 사바나캣 Beacher.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모두 갖추었던 이전 소유자가 입양 전부터 유대를 쌓고 실내외 사육시설까지 따로 지어주는 등 많은 노력을 했고, 문제가 생긴 이후에도 중성화와 발톱제거 수술을 하며 가정에서의 생활을 유지하려 했으나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2017년 5번째 생일, 소유자에게서 생츄어리에서의 여생을 선물 받아 빅캣레스큐에서 지내고 있다. / 출처: https://bigcatrescue.org/beacher/)



②다음으로는 공간과 대상에 대한 소유욕이 있습니다.

가축화 된 고양이조차도 영역에 민감할 정도로 고양이과 동물들은 모두 영역성이 강한 종들입니다. 따라서 물과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영역의 확보가 곧 생존인 야생종들에게는 이런 성향이 특히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빅캣레스큐에 따르면 야생종은 물론 혼종들 역시 생후 2~3년이 지나면 여기저기 분비물을 뿌리며 영역표시를 하고 낯선 사람은 물론 보호자가 접근하는 것조차도 경계하기 시작하며 성적으로 활성화되는 시기에는 이 모든 것이 극에 달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중성화하지 않은 고양이에게도 비슷한 문제가 있긴 하나 야생종과 그 혼종들은 그 정도가 훨씬 더하고, 심지어는 중성화 이후에도 이러한 행동이 완전히 혹은 전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니 같은 수준으로 치부할 수 없겠습니다.




③마지막으로는 높은 활동성과 인지적 요구량입니다.

앞에서 야생의 서벌이 환경과 생태에 적응된 활동적이고 호기심 많은 기질을 타고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렇게 각자의 생태에 알맞은 선천적 인지와 행동양식을 나타내는 것은 비단 서벌뿐만이 아닌 모든 야생종, 그리고 그와의 혼종들에게도 해당됩니다. 때문에 야생에 살아봤는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들은 그들의 선천적인 요구량에 비해 비좁고 단조로운 사육 상태에서 쉽게 무료해지고 스트레스와 욕구불만 상태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만족은 끊임없이 집을 어지럽히고 물건을 망가뜨리는 소위 ‘문제행동’이나 평택 사바나캣의 경우처럼 사육공간을 벗어나는 탈출로 이어집니다. 고양이에 비해 신체적으로 월등하기 때문에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는 사실은 자명하구요.


(정형행동을 보이는 동물원의 서벌)


빅캣레스큐는 이런 이유들로 말미암은 혼종에 대한 처분 문의 전화가 잦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평택 사바나캣의 ‘보호자’도 자신이 3번째 보호자임을 밝히며 앞서 두 번의 파양 내지는 양도가 있었던 정황을 추측케 했죠. 자세한 내막은 알 수는 없으나, 위와 같은 보편적인 문제점들에 더해 이 개체가 사실상 야생종에 가까운 F1~F2라는 점, 살아있는 동물을 공격해 잡아먹었던 점, 자의적으로 탈출하여 거리를 떠돈 점 등을 고려하면 평택 사바나캣 역시 빅캣레스큐의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야생종의 특징으로 인한 필연적인 문제들을 겪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고양이를 오늘날의 고양이로 만드는 데에는 7,5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집고양이의 조상이 다른 야생종들에 비하면 몸집도 작고 인간과 더 가까이 지냈음에도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오랜 가축화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가정에서의 생활에 실패해 집을 나오거나 버려지는 고양이들이 우리 주변에 아직 많습니다. 이에 비추면 고양이와 고작 몇 세대 정도 섞인 서벌이 가정에서 반려동물로서 기능하길 바라는 것은 명백한 환상이고 욕심입니다.



그렇다면, 많은 규정에서 기준 삼는 F5 이상의 사바나캣은 괜찮은 걸까요?

기르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조금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동물의 입장에서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야생동물과의 교잡으로 탄생하는 품종의 소비는 세대 수와 무관히 모두 비윤리적입니다.

(사육상태의 야생종들은 가축에 비해 쉽게 무료함을 느끼며, 이것은 곧 스트레스로 이어지기 쉽다.)


첫 번째 비윤리성은 바로 계통과 서식지, 해부생리 및 생태가 상이한 야생종들을 가두어 가축과 같이 사육해야 한다는 점에서 발생합니다. 전 세계의 동물원에서 벌어지는 일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동물원에서의 사육은 (정상적인 동물원의 경우) 원서식지와 그곳에서의 삶을 최소한 재현이라도 하려는 노력이 전제되며, 종 보전의 원칙에 따라 이종교배가 방지된다는 점에서 비교적 우려가 적습니다. 반면 혼종 생산을 위한 번식장들의 경우 운영 주체가 대부분 개인이며, 그런 만큼 야생종에게 동물원 수준의 관리조차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럼에도 동물원과는 달리 일반에의 공개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일상적인 감시와 견제가 어려워 더욱 우려가 클 수밖에 없구요. 동물원과는 사육의 목적부터가 크게 다르다보니 동물에게 제공하는 삶의 형태도 판이합니다.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태어나고 자란 동물들은 자신의 종을 다른 종과 구분하기 때문에 같은 종에게만 성적으로 반응하여 번식을 합니다. 하지만 혼종을 만들어 내려는 업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동종 인식은 일어나선 안 될 일입니다. 래서 혼종 생산에 동원되는 야생종은 어렸을 때부터 어미를 포함한 동종과 떨어져 인간 및 교잡하게 될 가축들 사이에서 애완동물처럼 길러지며 종 정체성을 잃는 과정을 거칩니다. 야생종이 자기 종으로서 자라나지 못하게 해야만 유지될 수 있는 산업인 것이죠.


(서벌은 54~62cm의 키에 9~18kg에 달하는 몸집으로 자라난다. 평균적인 고양이가 45cm에 4~5kg 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두 종의 동거는 처음부터 잠재적인 위험을 안고 시작하는 셈이다.)



두 번째 비윤리성은 교잡에 동원되는 서로 다른 종들이 서로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고, 특히 많은 가축들이 다치거나 죽는다는 점입니다. 교잡할 가축과 함께 사람 손에 길러지는 것은 야생종이 지닌 선천적인 공격성과 경계심을 없애려는 목적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가축 역시 야생종을 해칠 수 있겠지만 가축들은 보통 가축화 과정에서 유순하고 무난한 기질들이 선택되어 탄생했기에 일반적으로는 반대의 경우가 훨씬 우려가 높습니다. 평택 사바나캣이 그랬듯, 야생종들은 가축을 쉽게 다치게 하거나 심지어는 죽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평택 개체는 출생이나 성장과정 중에 고양이와 함께 살았을 가능성이 높은, 고양이가 섞인 사바나캣이었음에도 고양이를 여러 번 잡아먹었죠. 혼종의 번식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상호간의 스트레스와 부상, 죽음이 감수될지 가늠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울프헤이븐의 늑대개 Caedus의 모습. 울프헤이븐에 따르면 과반수의 늑대개들은 늑대의 성향을 타고나는 문제로 생후 2~3년 사이에 안락사 된다. ⓒ양효진)


세 번째 비윤리성은 혼종으로 태어난 동물이 정체성 혼란이나 신체적 이상을 겪는다는 점입니다.

서로 다른 종의 유전자가 섞인 만큼, 혼종이 어떤 부분에서 둘 중 누구의 특징을 얼마만큼 나타낼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또한 혼종 스스로에게는 같은 특징을 공유하는 동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행동발달 및 사회화를 거치지 못할 우려가 큽니다. 여기에 대한 좋은 예는 원래도 단독 생활이 기본인 고양이과 동물보다는 무리를 이뤄 복잡한 사회적 삶을 사는 늑대와 개의 교잡인 ‘늑대개Wolfdog’가 더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늑대와 늑대개를 보호하는 생츄어리인 울프헤이븐인터내셔널Wolf Haven International에서는 늑대개가 개와 늑대의 특징 중 어느 것을 나타낼지 예측하는 것이 매우 어려우며, 그 결과 둘 중 어느 쪽의 삶에도 속하지 못하게 됨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신체적인 이상의 경우 교잡 자체에서 오는 문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지만, 교잡에 성공한 혈통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과정에서 행해지는 근친교배의 결과로 각 품종에 연관되어 유전되는 질환들이 알려져 있습니다. 외에도 근친교배 자체가 원인이 되는 각종 기형의 우려가 있으며, 유전적 거리가 먼 새로운 야생종과의 교잡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유전적인 문제로 사산되거나 발생·성장 중 사망하는 경우를 우려할 수 있겠습니다.


네 번째 비윤리성으로는 혼종들의 전체 생애에 걸친 전반적인 복지 수준이 비교적 낮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점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이용되는 여느 동물들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혼종의 동물복지에는 분명한 특수성이 있습니다. 이들은 탄생 이후 일반적인 애완반려동물에 비해 실패할 확률이 높은 입양을 가고, 전술한 정체성 문제나 건강이상을 겪으며 자라납니다. 그러면서도 가정에서의 삶에 잘 적응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많은 숫자의 혼종들이 그렇지 못하다는 증거를 보고 있습니다. 결국 양도하게 되는 경우에는 이들이 혼종이라는 점에서 이미 많은 가능성이 축소됩니다. 양수자가 개인이라면 양도자의 가정에서 있었던 문제를 똑같이 겪을 우려가 크고, 시설이라면 야생동물과 반려동물 시설 모두에서 혼종이라는 이유로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동물들을 위한 생츄어리가 존재하지 않는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에는 아예 접촉할 보호시설 자체가 없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러한 새 보금자리를 찾는 과정의 어려움 때문에 결국 안락사되는 경우도 해외에서는 적지 않습니다. 유기라는 최악의 경우에도 위협적인 외모와 성질 때문에 생포보다는 사살이 우선 고려될 가능성이 일반적인 유기동물보다 높구요. 평택 개체의 ‘보호자’처럼 불법으로 소유하고 있던 경우에는 처벌을 우려하여 상기한 모든 상황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해 문제를 키우기도 합니다. 그밖에도 질병에 대한 정보가 적어 받을 수 있는 수의학적 관리의 수준이 낮다는 점, 훈련 등을 통한 행동교정이 극히 제한적이거나 불가능하다는 점 등 일반적인 반려동물들에게는 당연할 수 있는 많은 선택지들에 해당이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마지막 비윤리성으로는 이런 혼종에 수요가 있는 한 이 모든 과정이 무한히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충분한 세대를 거쳐 태어난, 야생종의 특징이 미약한 개체들만을 분양받는다 하더라도 결국 그러한 개체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 숫자를 늘려야 하고, 이때 소수의 혼종들만으로 개체수를 늘린다면 근친을 피할 수 없기에 새로운 개체들을 동원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가축만을 동원한다면 결국 야생종의 특징이 아예 사라져 버릴 테니 그 끝에는 결국 새로운 야생 및 혼종 개체들이 번식에 동원되어야만 하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소비자’는 그 길고 긴 생산라인의 가장 끝에 있을 뿐, 가장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앞서 적은 문제들이 그대로 존재하는 셈입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충분한 세대를 거친 혼종만을 선택한다는 것부터 무척 비현실적인 가정입니다. 애초에 사람들이 혼종을 분양받는 이유는 야생종의 특성을 가진 반려동물을 원하기 때문인지라 이러한 수요를 이루는 사람들이 일반적인 가축과 다를 바 없는 개체를 분양받는다는 가정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평택 개체의 ‘보호자들’처럼 불법을 자행하면서까지 야생종에 가까운 혼종을 갖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마당인데 말입니다.


또한 이런 수요들이 늘어나 혼종들이 하나 둘 대중화되다 보면 자연히 다른 야생종을 새롭게 교잡에 끌어들이게 될 우려도 존재합니다. 계속 고양이를 예로 들어보면, 고양이와 성공적으로 교잡한 기록이 존재하는 야생 고양이과 동물은 무려 13종이나 됩니다. 물론 모두가 상업적인 시도에서 탄생한 것은 아니지만, 남방계 삵Prionailurus bengalensis과의 혼종인 벵갈Bengal이나 정글고양이Felis chaus와의 혼종인 쵸시Chausie와 같이 대부분의 경우는 품종개량을 위한 상업적인 의도로 이루어진 것들입니다. 현재는 언급한 두 품종에 사바나캣까지의 3개 품종 정도가 대중화되고 있지만, 이런 품종들이 계속 인기를 얻는다면 실험적인 정도에 그쳤던 다른 혼종들마저 우르르 쏟아져 나올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벵갈 고양이의 모습. 사바나캣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반려동물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얻으며 대중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물론 혼종을 분양받지 않고 번식시키지도 않는다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이익과 동물의 복지가 상충되는 상황에서 동물복지의 실현을 개인의 선택에 맡기는 것은 너무나 모험적인 일입니다.



가장 필요하고 또 확실한 해결책은 법으로 규제하는 것입니다. 평택 사건이 결국 개인에게서 사바나캣을 몰수하는 방향으로 끝난 것을 보면 일견 국내법에서 이러한 혼종에 대한 규정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글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단순히 CITES의 혼종 관련 규정을 국내법에서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뿐입니다. 실상은 현재 우리나라 관련법 어디를 보아도 야생동물과의 혼종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경기도 모처의 늑대개 사육 시설. 늑대는 물론 개를 기르기에도 단조로운 시설이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사실상 아무런 규제 없이 야생종 및 혼종들이 가축과 교잡되고 또 거래되고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 중 우리나라에서 교잡이 더 흔한 쪽은 놀랍게도 개인데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늑대(개) 분양’ 따위의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온갖 관련 블로그와 카페들이 나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들어가 보면 F1~F2에 이르는, 사실상 늑대에 가까운 늑대개들을 기르고 분양하는 것은 물론 그냥 늑대들마저 다수 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개인 번식시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늑대의 전 아종이 CITES 부속서 I~II에 속하여 국내에선 서벌과 마찬가지로 개인이 소유할 수 없고 번식조차 관할 환경청에 신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것이 과연 합법적인 것인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듭니다. 그런 와중에 경기도 모 지역에서는 늑대와 풍산개의 교잡을 통해 새로운 품종을 육종하고 있다는 소식이 버젓이 기사로 나가고, 불과 몇 년 전에는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늑대를 번식시켜 함께 사는 개인 가정이 소개되기도 하는 등 야생동물 혼종 문제에서 대한민국은 현재 그야말로 무법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반면 사바나캣을 비롯한 각종 혼종의 ‘종주국’인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릅니다. 미국은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의 연방규정에서 아예 ‘가축’에서의 ‘개’와 ‘고양이’를 정의할 때 각각 ‘늑대, 코요테, 여우 등 다른 개과 동물과의 혼종’, ‘외래 고양이과 동물과의 혼종’을 제외하는 식으로 범주를 정하고 있고, 그런 만큼 많은 주에서 개인사육 허용 여부와는 별개로 야생동물과의 혼종에게 어떤 규정을 적용하는지에 대한 세부항목, 이를테면 허용되는 세대 수와 같은 내용을 주 법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비록 관련 규정이 아예 없거나 모든 혼종의 사육이 허용인 주도 있으나 반대로 혼종의 개인 소유를 금지하거나 제한을 두고 있는 주 역시 있으며, 허용인 주조차도 소유할 수 없는 세대 수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는 곳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입니다. 고양이 혼종에 대해서는 별 규정이 없어도 개 혼종에 대해서는 규정을 두는 주들이 더러 있다는 점에서는 특히 늑대개의 번식과 판매가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와의 대비가 명확해 보이구요.



사람의 안전과 동물의 복지 외에도 혼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호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호주는 2008년 사바나캣의 수입을 금지했는데요, 사바나캣이 길고양이 개체군에 유입되게 되면 길고양이들이 신체적 한계나 습성의 제약에 가로막혀 사냥할 수 없었던 야생동물들까지 사냥하게 될 것을 우려한 결정이었습니다. 고양이를 포함하는 외래 포식자 문제로 토착 야생동물 보전에 오늘날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주로서는 매우 필요한 결정이었는데요, 만약 사바나캣이 호주의 야생에 유입되었을 경우 호주 전체 면적의 97%까지 확산할 수 있고, 고양이에게 잡아먹히는 토착 포유동물을 29종이나 더 늘렸을 것이라는 연구가 있었던 만큼, 호주의 이런 조치는 생태적으로 매우 적절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호주와 같은 어마어마한 숫자의 고유 야생동물 종은 없지만 우리 생태계에서도 고양이는 마찬가지의 외래종이며, 호주와는 달리 토착 고양이과 동물인 삵이 존재한다는 차이점도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탈출한 사바나캣에 의해 한국의 길고양이 개체군 내에서 서벌의 형질들이 자연선택되는 경우, 고양이에 의한 야생동물 포식이 지금보다 심화될 것이며 삵을 포함하는 다른 토종 포식자와는 먹이와 서식지를 놓고 경쟁하게 될 가능성도 우려해볼 수 있겠습니다. 평택 사바나캣은 보름동안이나 야생에서의 생활을 이어갔고, 6년 전에는 임신한 사바나캣이 방충망을 찢고 탈출하여 일주일가량을 야생에서 지내며 심지어는 출산까지 한 일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우려는 전혀 기우가 아닙니다. 이런 식의 야생 유입 기회는 현재의 전무한 규제 아래에서는 계속 발생할 것이며, 혼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면 그러한 기회 역시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일례로 십 수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희귀한 품종이었던 벵갈은 빠르게 대중화되며 이제는 길에서 가끔 구조되는 수준까지 내려왔죠.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법률에 혼종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 규제를 시작해야 합니다. 특히 야생동물이 사육·번식에 동원되고, 이른 세대의 혼종들이 야생동물의 특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야생동물의 관리·번식·소유·판매 문제와 묶어서 다뤄야 할 당위가 상당하며, 이에 현재 개정안이 발의되어있기도 한 야생생물법 및 동물원수족관법의 개정을 통해 규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평택 사바나캣이 결국 여러 집을 전전하다 끝내 포천의 체험동물원으로 보내진 것처럼, 규제로 인해 몰수되거나 양도된 야생종과 혼종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법이 방치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이 부분 역시 몰수동물 보호시설 예산이 현재 정부예산으로 통과된 상황이라 이전에 비하면 다소 희망적인데요, 빅캣레스큐나 울프헤이븐과 같은 생츄어리를 우리도 가질 수 있도록 모두가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할 문제입니다.



한낱 개인의 취향을 만족하기 위해 동물들이 겪는 그 모든 비윤리성과 위험성을 기꺼이 감수하는 보호자라면, 그 사람은 동물에게 과연 ‘반려’일까요?


자신이 정말 삶의 동반자이자 가족으로서 반려동물을 원하는 것이라면 그들의 외모가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나 야생동물을 닮을 필요는 전혀 없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