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를 검색창에 치면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요? 뭐든지 팔아먹으려는 쇼핑몰 광고를 지나쳐 스크롤을 내리면 가장 먼저 정보인양 고개를 내미는 문구는 “몸에 좋은 제철음식”입니다. 바다와 뭍에서 나는 다양한 해산물과 과일, 채소가 월별로 끝도 없이 나옵니다. 그 중 어느 식재료를 하나 클릭하면 그에 대한 설명이 간단히 나오고 그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 설명이 다양하게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에 식재료 설명이 재밌습니다. 매실은 피로회복에 절대강자고, 다슬기는 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아 간기능을 돕는다고 나옵니다. 도미는 수술 후 회복기 환자에게 아주 좋다고 합니다. 식재료가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어떻게 살던 생물인지, 어떤 맛인지, 식재료로서의 특성보다 건강에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더 깁니다. 왜 그럴까요?
혹시나 해서 복날이 낀 7, 8월을 검색했더니 제철음식에 개나 닭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다행입니다. 지난주 초복에 점심과 저녁으로 닭을 먹어야 했습니다. 구내식당에서 단체식으로 닭을 삶았고, 그 날 라디오에서는 급식조리사로 일하는 분들의 푸념이 연달아 나왔습니다. “어제부터 닭을 천오백마리 손질했어요. 손이 사라지는 줄 알았어요.” 개를 손질한 게 아니라서 다행인가 싶기도 했고요. 게다가 복날은 다른 날과 달리 일 년에 세 번입니다. 초복, 중복, 말복 3일이 낀 7월과 8월에는 월평균 닭 도축량이 20~25% 증가한다고 합니다. 2017년 7월 한 달 동안 남한에서만 1억마리 넘는 닭을 도축했습니다. 대체 왜 그렇게 닭을 못먹어서 안달이 난 건가 싶습니다.
닭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이 환경을 파괴하거나 건강을 해치는 문제를 일으킨다는 정도는 이제 상식입니다. 개를 먹는 풍습이 야만적인 사육이나 도축방식을 동반하기 때문에 개를 먹는 사람은 별로 남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닭이나 개를 먹으려는 집단적 욕망은 단지 고기에 대한 집착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고기 대신에 무슨 열매를 먹거나 무슨 뿌리를 달여 먹거나 하면 건강에 좋다는 속설도 가지가지입니다. 남극에서 크릴새우를 왕창 잡아다 기름을 짜먹는 것이 유행이 되기도 했습니다. 뭘 먹어서 건강해지겠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에서 제일 건강한가요?
특정 음식을 먹어서 건강해질 거라는 기대는 영양실조보다 영양과잉으로 사람들이 병드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웅담이나 뱀탕, 사슴의 피를 먹는 사람들이 이제는 우스꽝스럽고 무식한 사람으로 손가락질 받는 시대입니다. 그런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효과가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에 대단한 기능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우리의 습관은 여전히 ‘보신문화’로 남아 먹는 행위에 과한 집착을 시도 때도 없이 불러일으킵니다.
한국 정도의 나라에서 음식이란 너무 많이 먹어서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입니다. 먹는 이의 건강 뿐 아니라 너무 많이 먹어서 환경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소나 돼지, 닭을 많이 먹는 것은 숲을 파괴하고 물과 땅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온실가스를 지나치게 발생시켜 지구온난화를 일으킵니다. 고기만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에서 수입되는 콩, 멕시코에서 오는 아보카도, 칠레에서 오는 포도, 호주에서 오는 보리. 이들이 수입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닭고기나 돼지고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생산지에서의 집약농업으로 그 나라의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인류는 전에 없는 번성기를 누리며 지구 생태계가 버거워할 정도로 많은 음식을 만들어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이 인구가 뭔가 더 먹으려고 한다는 것만으로 이미 지속가능한 문화는 아닙니다. 유래도 불확실한 복날을 매년 세 차례나 기념하며 ‘보양식’을 찾는 문화는 이제 없어져야할 것 같습니다. 개나 닭을 먹지말자고 할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됐든 덜 먹고 덜 파괴하자는 기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많이 먹어서 몸에 나쁜 음식은 있어도, 많이 먹어서 몸에 좋은 음식 같은 건 세상에 없습니다. 덜 먹고 운동하고 스트레스 받을 일 없애야 건강해집니다. 올해는 말복만 남은 것 같습니다. 伏(엎드릴 복)이라는 이름 그대로 그냥 엎드려 있으면 어떨까요? 그만 좀 찾아먹고요.
식재료를 검색창에 치면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요? 뭐든지 팔아먹으려는 쇼핑몰 광고를 지나쳐 스크롤을 내리면 가장 먼저 정보인양 고개를 내미는 문구는 “몸에 좋은 제철음식”입니다. 바다와 뭍에서 나는 다양한 해산물과 과일, 채소가 월별로 끝도 없이 나옵니다. 그 중 어느 식재료를 하나 클릭하면 그에 대한 설명이 간단히 나오고 그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 설명이 다양하게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에 식재료 설명이 재밌습니다. 매실은 피로회복에 절대강자고, 다슬기는 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아 간기능을 돕는다고 나옵니다. 도미는 수술 후 회복기 환자에게 아주 좋다고 합니다. 식재료가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어떻게 살던 생물인지, 어떤 맛인지, 식재료로서의 특성보다 건강에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더 깁니다. 왜 그럴까요?
혹시나 해서 복날이 낀 7, 8월을 검색했더니 제철음식에 개나 닭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다행입니다. 지난주 초복에 점심과 저녁으로 닭을 먹어야 했습니다. 구내식당에서 단체식으로 닭을 삶았고, 그 날 라디오에서는 급식조리사로 일하는 분들의 푸념이 연달아 나왔습니다. “어제부터 닭을 천오백마리 손질했어요. 손이 사라지는 줄 알았어요.” 개를 손질한 게 아니라서 다행인가 싶기도 했고요. 게다가 복날은 다른 날과 달리 일 년에 세 번입니다. 초복, 중복, 말복 3일이 낀 7월과 8월에는 월평균 닭 도축량이 20~25% 증가한다고 합니다. 2017년 7월 한 달 동안 남한에서만 1억마리 넘는 닭을 도축했습니다. 대체 왜 그렇게 닭을 못먹어서 안달이 난 건가 싶습니다.
닭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이 환경을 파괴하거나 건강을 해치는 문제를 일으킨다는 정도는 이제 상식입니다. 개를 먹는 풍습이 야만적인 사육이나 도축방식을 동반하기 때문에 개를 먹는 사람은 별로 남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닭이나 개를 먹으려는 집단적 욕망은 단지 고기에 대한 집착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고기 대신에 무슨 열매를 먹거나 무슨 뿌리를 달여 먹거나 하면 건강에 좋다는 속설도 가지가지입니다. 남극에서 크릴새우를 왕창 잡아다 기름을 짜먹는 것이 유행이 되기도 했습니다. 뭘 먹어서 건강해지겠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에서 제일 건강한가요?
특정 음식을 먹어서 건강해질 거라는 기대는 영양실조보다 영양과잉으로 사람들이 병드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웅담이나 뱀탕, 사슴의 피를 먹는 사람들이 이제는 우스꽝스럽고 무식한 사람으로 손가락질 받는 시대입니다. 그런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효과가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에 대단한 기능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우리의 습관은 여전히 ‘보신문화’로 남아 먹는 행위에 과한 집착을 시도 때도 없이 불러일으킵니다.
한국 정도의 나라에서 음식이란 너무 많이 먹어서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입니다. 먹는 이의 건강 뿐 아니라 너무 많이 먹어서 환경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소나 돼지, 닭을 많이 먹는 것은 숲을 파괴하고 물과 땅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온실가스를 지나치게 발생시켜 지구온난화를 일으킵니다. 고기만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에서 수입되는 콩, 멕시코에서 오는 아보카도, 칠레에서 오는 포도, 호주에서 오는 보리. 이들이 수입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닭고기나 돼지고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생산지에서의 집약농업으로 그 나라의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인류는 전에 없는 번성기를 누리며 지구 생태계가 버거워할 정도로 많은 음식을 만들어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이 인구가 뭔가 더 먹으려고 한다는 것만으로 이미 지속가능한 문화는 아닙니다. 유래도 불확실한 복날을 매년 세 차례나 기념하며 ‘보양식’을 찾는 문화는 이제 없어져야할 것 같습니다. 개나 닭을 먹지말자고 할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됐든 덜 먹고 덜 파괴하자는 기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많이 먹어서 몸에 나쁜 음식은 있어도, 많이 먹어서 몸에 좋은 음식 같은 건 세상에 없습니다. 덜 먹고 운동하고 스트레스 받을 일 없애야 건강해집니다. 올해는 말복만 남은 것 같습니다. 伏(엎드릴 복)이라는 이름 그대로 그냥 엎드려 있으면 어떨까요? 그만 좀 찾아먹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