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그냥 넘어가나 했습니다. 지난 해에 이어 사육곰 탈출 사고는 또 일어났습니다. 칼바람이 불던 12월 17일 저녁, 90마리 규모의 사육곰 농장에서는 낡고 녹슨 뜬장의 철창 틈으로 곰 한 마리가 나왔습니다. 탈출이라 부르는 것은 인간의 관점이고, 곰은 그저 걸어 나왔습니다.
뜬장 밖으로 나온 곰은 평생 나고 자란 농장을 벗어나지 않고 조금은 멍했을 정신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평생 보기만 했던 콘크리트 바닥은 발바닥에 낯선 감촉이었겠지요. 평생 먹이를 주던 농장주가 손전등으로 비췄을 때 놀랐을 것이고 공포를 느끼며 위협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농장주는 곰의 위협으로부터 도망쳐 경찰에 신고하는 것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출동한 경찰과 사냥꾼은 소란에 겁에 질려 뜬장 아래에 숨은 곰을 사살했습니다.
탈출한 사육곰이 사살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양가감정이 듭니다. 살아야 가질 수 있는, 그러나 희박한 확률로만 존재하던 ‘잘 살 기회’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생각으로 안타까우면서도, 동시에, 높은 확률로 지속될 예정이었던 일상의 고통이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도 합니다. 단군신화에서는 곰이 인간이 되었다지만, 우리는 결코 곰이 될 수 없어서 완전한 타자인 곰과 아주 멀리 떨어져 죽음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감정입니다.
꼭 사살해야 했냐는 뒤늦은 물음은 게으릅니다. 마취총을 맞아도 마취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섣부른 시도는 사람을 위험에 빠뜨립니다. 설령 마취에 성공해도 곰은 다시 그 평생을 옭아맸던 뜬장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거기 밖에 갈 곳이 없으니까요. ‘생명이 소중하다’는 말은 죽음을 보기 싫은 인간의 구호일 뿐, 끝날 것 같지 않은 매 순간을 살아내야 하는 사육곰에게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곰과 사람을 모두 위험에 빠뜨리는 사육곰 산업을 끝내는 수 밖에 없습니다. 2022년 1월 사육곰 종식을 논의하는 민관협의체는 2025년 말까지 ‘곰 사육 종식’을 선언했습니다. 2023년 웅담채취용 곰 사육을 금지하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학영 의원 대표발의) 개정안이 상정되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고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습니다.
웅담채취용 곰 사육 금지는 왈가왈부 말 얹을 것 없이 상식적입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한국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대형 식육목 곰을 농장에서 길러 쓸개를 빼먹는 일이 합법이었다는 사실이 어이없습니다. 위정자들의 손끝만 바라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지금 공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부디 국회가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사육곰 산업 종식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를 바랍니다.
올해는 그냥 넘어가나 했습니다. 지난 해에 이어 사육곰 탈출 사고는 또 일어났습니다. 칼바람이 불던 12월 17일 저녁, 90마리 규모의 사육곰 농장에서는 낡고 녹슨 뜬장의 철창 틈으로 곰 한 마리가 나왔습니다. 탈출이라 부르는 것은 인간의 관점이고, 곰은 그저 걸어 나왔습니다.
뜬장 밖으로 나온 곰은 평생 나고 자란 농장을 벗어나지 않고 조금은 멍했을 정신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평생 보기만 했던 콘크리트 바닥은 발바닥에 낯선 감촉이었겠지요. 평생 먹이를 주던 농장주가 손전등으로 비췄을 때 놀랐을 것이고 공포를 느끼며 위협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농장주는 곰의 위협으로부터 도망쳐 경찰에 신고하는 것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출동한 경찰과 사냥꾼은 소란에 겁에 질려 뜬장 아래에 숨은 곰을 사살했습니다.
탈출한 사육곰이 사살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양가감정이 듭니다. 살아야 가질 수 있는, 그러나 희박한 확률로만 존재하던 ‘잘 살 기회’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생각으로 안타까우면서도, 동시에, 높은 확률로 지속될 예정이었던 일상의 고통이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도 합니다. 단군신화에서는 곰이 인간이 되었다지만, 우리는 결코 곰이 될 수 없어서 완전한 타자인 곰과 아주 멀리 떨어져 죽음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감정입니다.
꼭 사살해야 했냐는 뒤늦은 물음은 게으릅니다. 마취총을 맞아도 마취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섣부른 시도는 사람을 위험에 빠뜨립니다. 설령 마취에 성공해도 곰은 다시 그 평생을 옭아맸던 뜬장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거기 밖에 갈 곳이 없으니까요. ‘생명이 소중하다’는 말은 죽음을 보기 싫은 인간의 구호일 뿐, 끝날 것 같지 않은 매 순간을 살아내야 하는 사육곰에게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곰과 사람을 모두 위험에 빠뜨리는 사육곰 산업을 끝내는 수 밖에 없습니다. 2022년 1월 사육곰 종식을 논의하는 민관협의체는 2025년 말까지 ‘곰 사육 종식’을 선언했습니다. 2023년 웅담채취용 곰 사육을 금지하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학영 의원 대표발의) 개정안이 상정되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고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습니다.
웅담채취용 곰 사육 금지는 왈가왈부 말 얹을 것 없이 상식적입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한국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대형 식육목 곰을 농장에서 길러 쓸개를 빼먹는 일이 합법이었다는 사실이 어이없습니다. 위정자들의 손끝만 바라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지금 공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부디 국회가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사육곰 산업 종식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