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연구 및 조사]20190315 충청북도 A 농장조사



한때 여러 마리의 사육곰이 있었던 철창 안에는 

이제 이 농가의 마지막 한 마리만이 남아있습니다. 

낯선 이들이 다가가자 철창에 매달려 경계합니다. 

멀리 트럭이 달려오는 소리에 곰이 귀를 쫑긋하며 

철창에서 내려와 약간 흥분한 듯이 돌아다닙니다.  


농장주가 닭고기와 개사료를 곰에게 급여합니다. 

곰은 먼저 닭고기를 씹어먹고 개사료를 먹습니다.  

그러고 나서 통에 주둥이를 박고 물을 먹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모아서 급수한다고 합니다. 


배를 채운 곰은 위에 있는 공간으로 올라갑니다. 

철창과 철창에 달려있는 고리를 세게 물어뜯다가 

발을 내밀기도 하고 뒹굴다가 몸을 부비기도 하고 

지루함에 몸부림치며 나가고 싶어하는 모습입니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 여러 종류의 새소리, 바람소리..

자연의 소리지만 철창 안에서 듣는 소리는 어떨까요. 

느리게 꿈벅이는 곰의 눈에 파란 하늘이 비치고 

곰이 바라보는 하늘에 새들이 무리지어 날아갑니다.  


농장조사를 마치고 떠나면서 지루해하던 곰에게 

주변에 있던 죽은 나무의 일부를 선물해줬습니다. 

평생 철창 속에서 아무 즐길 거리가 없었던 곰이 

그것을 물고 뜯는 모습을 보며 만감이 교차합니다.  


야생의 곰이라면 수도 없이 탔을 흔한 나무인데 

평생 보기만 하다 직접 만져본 기분이 어땠을까요? 

철창과 시멘트 외에는 만질 게 없는 단조로운 삶 

가끔 바람에 날려온 나뭇잎으로 나무를 이해했을지  


애초에 갇혀 살았기에 야생으로는 돌아갈 수 없고 

철창도 생츄어리도 곰의 입장에선 갇힌 공간이지만 

적어도 자연과 비슷하게 조성된 넓은 생츄어리에서   

곰이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