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나흘 간의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새해를 맞기로 모두가 함께 약속한 이 며칠 간의 시간을 다들 어떻게 보내실 지 궁금합니다.
곰들과도 그런 약속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며칠 동안은 밥과 간식도 알아서 챙겨 먹고, 용변도 알아서 처리하고, 방사장도 알아서 교대로 다녀오고 말이죠. 그렇지만 아쉽게도 누군가를 돌보는 일에는 쉬는 날, 멈추는 날을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화천에서는 곰 돌봄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 명의 활동가가 각각 월-화, 수-목, 금-토요일 번갈아 휴무를 가지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2명씩 일하고 있습니다. 일요일에는 세 명 모두 출근하고요. 누군가 휴가를 쓰게 되면 다른 누군가는 휴일을 반납해야 하는 조삼모사 꼴의 구조이지요.
화천 돌봄시설은 서울과 왕복 여섯 시간 거리의 깊은 산골에 위치해 있다 보니, 활동가들은 휴일에도 본가가 위치한 수도권으로 올라오기보다는 화천에 잡은 숙소에 머물곤 합니다. 화천에서의 돌봄 활동은 활동가들 개인의 선택이긴 하지만, 문화 생활은 기대하기 어렵고 서로를 제외한 어떤 지인도 없는 화천이라는 낯선 지역에서 365일을 지낸다는 것은 2-30대의 젊은 활동가들에게 조금 가혹합니다.
물론 그 작은 동네에서도 저희는 나름대로 새로운 일상을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함께 만나 마음을 나눌 사람들이 근처에는 서로뿐이니, 일하는 동료가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됩니다. 물론 대화의 주제는 언제나 곰이고요. 평소보다 일이 일찍 끝나는 날이면 또래 직장인들이 으레 영화나 전시회 등을 보러 가는 것과 달리, 활동가들은 쌍안경을 들고 새와 산양 등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동물을 찾아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갑니다. 퇴근 후에도, 밤 늦은 시간에도, 심지어 쉬는 날에도 CCTV를 돌려보며 곰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도 매일의 큰 부분입니다.
그러나 곰을 돌보는 일이 전부인 일상은 생각보다 힘에 부칩니다. 힘쓰는 일이라면 자신 있던 활동가들은 이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한계를 맛보며 온 몸이 쑤시고 코피가 잦아졌습니다. 틈날 때마다 동료가 한 명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지만 항상 돈이 문제입니다. 상근활동가 회의에서, 사무를 보는 활동가들은 스스로를 너무 혹사시키지 말고 일을 줄이라고 애원하고, 현장의 활동가들은 정형행동하는 곰을 보면 돌봄을 덜 할 수는 없다며 실랑이를 벌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곰들의 겨울잠은 활동가들에게도 굉장히 특별한 경험입니다. 화천에서의 본격적인 돌봄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곰들은 활동가들에게 잠시 멈추기를 허락했습니다. 올 설에는 화천의 활동가들도 처음으로 매일 1명씩만 출근을 하며 연휴를 좀더 즐겨 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활동가들은 매일 스마트폰으로 CCTV를 켜고 곰들의 작은 움직임과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말이죠.
누군가를 돌보는 일에서는 쉼을 갖겠다는 말을 꺼내는 것 만으로 왠지 직무유기를 하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듭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아야 하며, 여기에는 우리가 돌보는 곰들뿐 아니라 그들을 돌보는 우리도 포함됩니다. 잠시나마 쉬어 가는 동안, 우리의 ‘돌봄’이 우리 스스로에게도 더 나은 삶을 누리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보려 합니다.
내일부터 나흘 간의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새해를 맞기로 모두가 함께 약속한 이 며칠 간의 시간을 다들 어떻게 보내실 지 궁금합니다.
곰들과도 그런 약속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며칠 동안은 밥과 간식도 알아서 챙겨 먹고, 용변도 알아서 처리하고, 방사장도 알아서 교대로 다녀오고 말이죠. 그렇지만 아쉽게도 누군가를 돌보는 일에는 쉬는 날, 멈추는 날을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화천에서는 곰 돌봄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 명의 활동가가 각각 월-화, 수-목, 금-토요일 번갈아 휴무를 가지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2명씩 일하고 있습니다. 일요일에는 세 명 모두 출근하고요. 누군가 휴가를 쓰게 되면 다른 누군가는 휴일을 반납해야 하는 조삼모사 꼴의 구조이지요.
화천 돌봄시설은 서울과 왕복 여섯 시간 거리의 깊은 산골에 위치해 있다 보니, 활동가들은 휴일에도 본가가 위치한 수도권으로 올라오기보다는 화천에 잡은 숙소에 머물곤 합니다. 화천에서의 돌봄 활동은 활동가들 개인의 선택이긴 하지만, 문화 생활은 기대하기 어렵고 서로를 제외한 어떤 지인도 없는 화천이라는 낯선 지역에서 365일을 지낸다는 것은 2-30대의 젊은 활동가들에게 조금 가혹합니다.
물론 그 작은 동네에서도 저희는 나름대로 새로운 일상을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함께 만나 마음을 나눌 사람들이 근처에는 서로뿐이니, 일하는 동료가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됩니다. 물론 대화의 주제는 언제나 곰이고요. 평소보다 일이 일찍 끝나는 날이면 또래 직장인들이 으레 영화나 전시회 등을 보러 가는 것과 달리, 활동가들은 쌍안경을 들고 새와 산양 등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동물을 찾아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갑니다. 퇴근 후에도, 밤 늦은 시간에도, 심지어 쉬는 날에도 CCTV를 돌려보며 곰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도 매일의 큰 부분입니다.
그러나 곰을 돌보는 일이 전부인 일상은 생각보다 힘에 부칩니다. 힘쓰는 일이라면 자신 있던 활동가들은 이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한계를 맛보며 온 몸이 쑤시고 코피가 잦아졌습니다. 틈날 때마다 동료가 한 명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지만 항상 돈이 문제입니다. 상근활동가 회의에서, 사무를 보는 활동가들은 스스로를 너무 혹사시키지 말고 일을 줄이라고 애원하고, 현장의 활동가들은 정형행동하는 곰을 보면 돌봄을 덜 할 수는 없다며 실랑이를 벌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곰들의 겨울잠은 활동가들에게도 굉장히 특별한 경험입니다. 화천에서의 본격적인 돌봄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곰들은 활동가들에게 잠시 멈추기를 허락했습니다. 올 설에는 화천의 활동가들도 처음으로 매일 1명씩만 출근을 하며 연휴를 좀더 즐겨 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활동가들은 매일 스마트폰으로 CCTV를 켜고 곰들의 작은 움직임과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말이죠.
누군가를 돌보는 일에서는 쉼을 갖겠다는 말을 꺼내는 것 만으로 왠지 직무유기를 하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듭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아야 하며, 여기에는 우리가 돌보는 곰들뿐 아니라 그들을 돌보는 우리도 포함됩니다. 잠시나마 쉬어 가는 동안, 우리의 ‘돌봄’이 우리 스스로에게도 더 나은 삶을 누리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