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향상 활동]곰탱이와 겨울잠

행동이 둔한 사람들을 일컬어 흔히 ‘곰탱이’라 부르곤 합니다. 느릿느릿하고 굼뜬 모습을 곰의 이미지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일 텐데요. ‘곰탱이’라는 말에는 곰이 조릿대나 키 큰 풀 등을 말아 둥지처럼 만든 침대를 이르는 의미도 있습니다.

평생을 텅 빈 사육장 안에서 보내왔을 사육곰들이, 화천 보금자리에서는 깔아준 볏짚으로 그럴듯한 탱이를 만들어 겨울잠 준비를 하는 모습은 참으로 신기하고 흥미롭습니다. 어쩌면 ‘곰탱이’는, 야무진 솜씨로 아주 멋들어진 작품을 만들어내는 이를 일컫는 표현으로 더 적절하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지금 화천의 곰들은 한창 겨울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온대기후에 사는 반달가슴곰은 4~5개월의 긴 겨울잠을 잡니다. 야생 환경에서 곰은 가을에 먹이를 든든히 섭취하며 지방으로 영양분을 축적하고,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에는 동면에 들며 몸에 쌓아 두었던 에너지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먹이가 꾸준히 공급되는 화천 보금자리의 환경에서, 두 번의 겨울을 지나는 동안 곰들은 겨울잠에 들지 않았습니다. 잠들지 않은 곰에게 먹이를 주게 되고, 곰들은 먹이를 주니 자다가도 깨는 상황으로 겨울을 났습니다.

다시 겨울이 다가오고,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평소처럼 밥때를 기다리며 배고파 하는 곰에게 계속 먹이를 주는 것이 좋은 일일까요? 곰은 겨울잠 자는 시기에 먹는 양이 부쩍 줄어드는데, 과연 곰의 허기는 어느 정도일까요? 혹은, 곰에게 먹이가 끊어지는 겨울을 재현해줌으로써 겨울잠에 드는 ‘곰다운 삶’을 찾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일까요?

지난해까지 우리는 겨울에도 곰을 배불리 먹이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며칠이나마 굶기는 것이 좋은 선택인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곰은 졸려 하면서도 꾸역꾸역 나와서 밥을 먹었더랬습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가을에 불어난 체중이 겨울잠을 자면서 빠지게 되는데, 오히려 겨울에도 밥을 먹은 화천의 곰들은 겨우내 체중이 불었습니다. 갇혀 지내는 동물에게 비만은 위험한 질병이 되곤 하는데 말이죠. 봄이 되어 곰의 체중 조절을 위해 먹이 양을 줄이거나 저칼로리 먹이를 먹이면서, 무엇이 ‘곰다운 삶’인지 다시 고민했습니다.

이번 겨울, 화천에서는 야생의 곰처럼 겨울잠을 재우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곰의 동면과 관련된 여러 연구들을 찾아 토론하고, 지난 11월에는 구례의 야생생물보전원을 찾아 이곳에서 곰의 겨울잠을 유도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우기도 하였습니다. 매일 우리 곰들의 수면 시간과 식사량의 상관 관계를 모니터링하며 먹이를 조절하고, 배설물의 변화도 유심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구례의 곰들이 몸에 맞는 안락한 크기의 케이지에서 안정적으로 잠드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 물탱크를 개조한 케이지를 사육장에 넣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곰들도 달라진 올해 겨울 화천의 풍경에 하나 둘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깨어 있는 시간이 점차 줄고, 각자가 만든 탱이에서 잠을 청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집니다. 일찍 졸려하던 유일이는 이미 일주일 넘게 굴에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껏 자연스럽게 살아오지는 못했지만, 곰들은 곰 답게 사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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