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향상 활동]사육곰들의 합사

친구를 만드는 일은 어렵습니다. 나와 잘 맞는 친구를 알아차리는 법,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 맞춰가는 친구 사이를 만드는 법은 정답이 없어 더 어렵기만 합니다. 나이가 같다고 해서 취미가 비슷하다고 해서 사는 곳이 가깝다고 해서 냉큼 친구가 되지 않듯 친구가 되려면 여러 조건이 필요합니다.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선 서로의 취향, 성격,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이 비슷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특정할 수 없는 서로 간의 끌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복잡하고 피곤한 과정을 거치면서까지 친구를 만들어야 하나 싶지만 잘 맞는 친구와 놀 때의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짜릿한 행복임을 알기에 친구를 만드는 일은 포기할 수 없는 삶의 일부분입니다.

곰들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는 일도 비슷합니다. 체격이 비슷하다고 해서 나이가 비슷하다고 해서 옆방에 사는 곰이라고 해서 단숨에 친구가 되지 않습니다. 곰들의 친구 만들기에는 고려해야 할 것이 많고 어떤 곰과 친구가 되고 싶은지 곰들의 의견을 인간의 언어로 들을 수 없기에 더욱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그렇지만 이 과정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곰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운 놀이시간과 그 즐거움을 함께 누릴 친구를 가지게 됩니다.




곰들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려면 우선 격문이라는 장벽을 두고 서로를 마주보게 하며 곰들의 반응이 어떤지 살피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이 곰은 어떤 곰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하고 어떤 곰과는 친구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지 알아보는 이 단계를 '마주보기 훈련'이라 말합니다. 마주보기 훈련을 하며 놀이방식이 비슷해 보이거나 서로에게 공격반응을 보이지 않고 흥미를 보이는 사이가 있다면 그 곰들을 집중적으로 마주보기 훈련을 이어나갑니다. 마주보기 훈련을 여러 차례 이어나간 후 장벽 없이 서로를 마주했을 때도 상대를 공격하거나 위협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면 곰들을 한 공간에 두는 '합사'를 시도합니다. 합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곰들에게는 놀이를 함께 할 친구가 생깁니다. 같은 종이어서 나눌 수 있는 유일하고 특별한,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놀이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말로 설명하면 간단하고 평화로워보이는 과정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곰은 상대를 다치게 하거나 죽일 수도 있을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기에 혹여나 섣부르게 합사를 시도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첫 합사에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면 다른 곰에 대한 반응까지 부정적으로 바뀌어 버릴 수 있어 합사과정은 굉장히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마주보기와 합사 훈련은 특히나 많은 시간을 들이며 조심스럽게 진행합니다. 시간과 공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그만큼 곰들에게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기에 허투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 합사과정을 처음으로 마친 곰이 올 3월 구조한 '소요'와 '덕이'입니다. 마주보기 훈련을 열 번 정도 진행한 후 조심스럽게 시작한 합사는 잔뜩 긴장한 활동가들의 걱정이 유난이었을 만큼 성공적이었습니다. 함께 할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소요와 덕이는 합사 첫날부터 서로 물고 밀치고 뒹굴며 천진난만한 놀이를 즐겼습니다. 성공적으로 합사를 마치고 친구가 된 소요와 덕이의 시간은 다른 곰들의 시간과는 다른 속도로 흘러가는 듯합니다. 어떤 곰에게는 그저 홀로 견디며 보내야 하는 지루한 시간이 친구가 생긴 이들에게는 재밌고 즐거운 놀이시간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사육장 안 곰들에게 친구와 함께 노는 시간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았으니 곰들을 돌보는 우리가 할 일은 명확합니다. 늦기 전에 더 많은 곰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입니다. 혹여나 원치 않는 상대와 친구를 맺어주려 하거나 섣부른 판단으로 곰들에게 안 좋은 기억을 심어줄까 봐 겁이나고 조심스럽지만 걱정은 인간의 몫일 뿐 심심한 시간을 보내는 곰들에게 우리의 걱정이 당당한 변명거리가 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천천히 빠르게, 조심히 서둘러 가며 곰들의 친구를 만들어 주고자 애를 쓰고 있습니다. 마주보기 훈련을 위해 뙤약볕 아래서 곰들을 바라보고 훈련준비를 위해 매일 같이 톱을 들고 나뭇가지를 베러 다니고 마음 졸이며 합사를 결정하는 것은 제법 고된 일이지만 곰들이 즐거울 수만 있다면 우리가 흘리는 땀은 그저 닦아내면 그만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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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모금액: 2,400만원

- 매입 구조비(1마리): 200만원

- 농장 전업지원금: 200만원

- 구조 후 돌봄 및 진료비: 2,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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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203-147531-04-038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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