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끝자락에서 여름을 기다리고 있는 5월입니다. 사계절의 구분이 모호해졌다지만 5월을 떠나보내는 것은 꼭 봄과 작별하는 기분입니다.
5월에 들어서며 부쩍 더워진 날씨 때문에 긴 옷을 집어넣고 반소매 옷과 얇은 바지를 꺼내며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습니다. 습관처럼 양말을 두 켤레씩 신고 얼어붙은 문을 망치로 깨고 손발이 아리고 시렸던 지난겨울이 꽤 오래된 옛일 같습니다. 곰들을 돌보고 있으면 시간이 어찌 흐르는지도 모를 만큼 하루하루가 바쁘게 지나갑니다. 곰들의 밥을 챙기고 사육장을 청소하고 때마다 필요한 훈련을 하고 가지고 놀만한 장난감을 만들고 나뭇가지를 한 아름 베어주며 정신 없이 하루를 끝내면 다시 또 곰들의 밥을 챙기는 바쁜 하루의 반복입니다. 겨우내 예민하고 기력이 없어 얼굴 보기 힘들었던 유식이가 풀이 잔뜩 자란 곰숲을 부지런히 거닐고 계곡물이 얼어 물을 채우지 못해 텅 비어있던 곰숲의 수영장이 미남이가 신나게 물장구치는 놀이터가 되고 구조번호로 불리던 S1과 S2가 '소요'와 '덕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는 것을 직접 보고 느끼는 순간이 되어서야 시간이 이만큼 흘렀음을 체감합니다.
봄은 우리가 특별히 애타게 기다리던 계절입니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했던 추위가 얼른 가시길 바라서이기도 하지만 봄이 되고 곰들이 활력을 찾으면 같은 공간에서 놀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합사훈련을 준비해 왔기 때문입니다. 곰은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이라지만 갇혀 지내는 사육곰들의 무료한 일상에 같은 호흡으로 합을 맞추며 놀 수 있는 상대가 생긴다는 것은 인간인 우리가 줄 수 없는 신선한 자극이자 곰들끼리만 주고받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입니다. 합사훈련이 부족한 탓에 한 번에 한 마리씩만 곰숲을 이용할 수 있는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곰들의 합사훈련은 곰들에게도 인간에게도 중요한 일입니다. 곰들의 합사훈련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훈련을 잘 마쳤을 때의 소득은 굉장히 큽니다. 서로를 깨물고 밀치고 깔아뭉개며 노는 곰들의 모습은 마치 처음 놀이를 시작한 어린아이들의 모습처럼 명랑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인간의 눈엔 장난을 주고받는 모습이 너무 과격해보여 흠칫 놀랄 때도 있지만 너희들은 모르는 우리들만의 규칙이 다 있다는 듯 자기들만의 호흡으로 엉켜 뒹굴며 놀고 있는 곰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은 보고 있는 이들까지 절로 웃음 짓게 만듭니다. 혼자 생활하는 것이 익숙하다 해서 그것이 늘 혼자 있고 싶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음을 깨닫는 봄이었습니다.
함께 호흡하며 노는 즐거움을 더 많은 곰들이 알았으면 좋겠는데 봄은 순식간에 가버렸고 여름 또한 그렇게 흘러가 버릴 것을 알기에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언제 왔는지 언제 가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 없이 계절이 바뀌겠지요.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어 곰들의 식욕이 한껏 오르면 합사훈련을 잠시 멈춰야 하고 가을 내 한껏 살찌운 몸으로 겨울잠에 빠지면 우리는 그저 곰들이 잠에서 깨어날 봄을 기다려야 합니다. 나이가 많은 이 곰들에게 혹시 이번 봄이 마지막 봄이 되지는 않을까 다른 곰과 함께 노는 즐거움을 알려줄 '다음'이나 '나중에' 따위는 오지 않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면 바쁘게 떠나는 이 봄이 너무 야속합니다.
시간은 화천의 곰뿐 아니라 전국에 남아있는 300여 마리의 사육곰에게도 흐릅니다. 아쉬움과 부족함이 많을지라도 화천 열네 마리 곰들의 남은 시간 속에는 그들을 위해 땀 흘리고 바삐 움직이는 우리들이 있지만 어떤 사육곰에게는 오물이 쌓인 뜬장이나 시멘트 바닥에서 허기만 달래는 괴롭고 지루한 시간만 흐르고 있겠지요. 너무 늦지 않은 때에 우리가 그들의 시간에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겐 생츄어리가 필요합니다.
봄의 끝자락에서 여름을 기다리고 있는 5월입니다. 사계절의 구분이 모호해졌다지만 5월을 떠나보내는 것은 꼭 봄과 작별하는 기분입니다.
5월에 들어서며 부쩍 더워진 날씨 때문에 긴 옷을 집어넣고 반소매 옷과 얇은 바지를 꺼내며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습니다. 습관처럼 양말을 두 켤레씩 신고 얼어붙은 문을 망치로 깨고 손발이 아리고 시렸던 지난겨울이 꽤 오래된 옛일 같습니다. 곰들을 돌보고 있으면 시간이 어찌 흐르는지도 모를 만큼 하루하루가 바쁘게 지나갑니다. 곰들의 밥을 챙기고 사육장을 청소하고 때마다 필요한 훈련을 하고 가지고 놀만한 장난감을 만들고 나뭇가지를 한 아름 베어주며 정신 없이 하루를 끝내면 다시 또 곰들의 밥을 챙기는 바쁜 하루의 반복입니다. 겨우내 예민하고 기력이 없어 얼굴 보기 힘들었던 유식이가 풀이 잔뜩 자란 곰숲을 부지런히 거닐고 계곡물이 얼어 물을 채우지 못해 텅 비어있던 곰숲의 수영장이 미남이가 신나게 물장구치는 놀이터가 되고 구조번호로 불리던 S1과 S2가 '소요'와 '덕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는 것을 직접 보고 느끼는 순간이 되어서야 시간이 이만큼 흘렀음을 체감합니다.
봄은 우리가 특별히 애타게 기다리던 계절입니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했던 추위가 얼른 가시길 바라서이기도 하지만 봄이 되고 곰들이 활력을 찾으면 같은 공간에서 놀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합사훈련을 준비해 왔기 때문입니다. 곰은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이라지만 갇혀 지내는 사육곰들의 무료한 일상에 같은 호흡으로 합을 맞추며 놀 수 있는 상대가 생긴다는 것은 인간인 우리가 줄 수 없는 신선한 자극이자 곰들끼리만 주고받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입니다. 합사훈련이 부족한 탓에 한 번에 한 마리씩만 곰숲을 이용할 수 있는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곰들의 합사훈련은 곰들에게도 인간에게도 중요한 일입니다. 곰들의 합사훈련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훈련을 잘 마쳤을 때의 소득은 굉장히 큽니다. 서로를 깨물고 밀치고 깔아뭉개며 노는 곰들의 모습은 마치 처음 놀이를 시작한 어린아이들의 모습처럼 명랑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인간의 눈엔 장난을 주고받는 모습이 너무 과격해보여 흠칫 놀랄 때도 있지만 너희들은 모르는 우리들만의 규칙이 다 있다는 듯 자기들만의 호흡으로 엉켜 뒹굴며 놀고 있는 곰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은 보고 있는 이들까지 절로 웃음 짓게 만듭니다. 혼자 생활하는 것이 익숙하다 해서 그것이 늘 혼자 있고 싶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음을 깨닫는 봄이었습니다.
함께 호흡하며 노는 즐거움을 더 많은 곰들이 알았으면 좋겠는데 봄은 순식간에 가버렸고 여름 또한 그렇게 흘러가 버릴 것을 알기에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언제 왔는지 언제 가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 없이 계절이 바뀌겠지요.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어 곰들의 식욕이 한껏 오르면 합사훈련을 잠시 멈춰야 하고 가을 내 한껏 살찌운 몸으로 겨울잠에 빠지면 우리는 그저 곰들이 잠에서 깨어날 봄을 기다려야 합니다. 나이가 많은 이 곰들에게 혹시 이번 봄이 마지막 봄이 되지는 않을까 다른 곰과 함께 노는 즐거움을 알려줄 '다음'이나 '나중에' 따위는 오지 않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면 바쁘게 떠나는 이 봄이 너무 야속합니다.
시간은 화천의 곰뿐 아니라 전국에 남아있는 300여 마리의 사육곰에게도 흐릅니다. 아쉬움과 부족함이 많을지라도 화천 열네 마리 곰들의 남은 시간 속에는 그들을 위해 땀 흘리고 바삐 움직이는 우리들이 있지만 어떤 사육곰에게는 오물이 쌓인 뜬장이나 시멘트 바닥에서 허기만 달래는 괴롭고 지루한 시간만 흐르고 있겠지요. 너무 늦지 않은 때에 우리가 그들의 시간에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겐 생츄어리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