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동물해방물결에서 멋진 제안을 주셨습니다. 국내에서 생츄어리를 운영하는 단체들이 모여서 이야기 나누고 함께 움직임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동물해방물결, 새벽이생추어리, 동물권행동 카라, 그리고 곰보금자리프로젝트까지 네 단체가 모여 궁리와 작당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6월 말에는 강원도 인제군에서 동물해방물결이 운영하는 ‘달뜨는 보금자리’에서 1박2일 워크숍을 가졌습니다. 소와 마을을 살리는 동물해방물결이 ‘비건 청년마을 조성사업’을 한창 진행 중인 공간이었습니다. 도살 직전 구조된 다섯 소들은 직업으로 소를 진료하던 수의사도 처음 볼 정도로 거대한 존재가 되었고, 우거진 풀숲 사이로 활동가가 기르는 애호박과 상추도 빼꼼 얼굴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생츄어리가 새로 지어지는 공사판을 보며 솟아나는 부러움을 뒤로하고, 네 단체의 활동가들은 생츄어리가 무엇인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그 안에서 우리는 비인간동물이라는 멀고도 가까운 존재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뜨겁게 토론했습니다. 오롯이 인간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는 존재들이 생츄어리에서 어떤 존재일 수 있는지는 우리 사회에 없던 존재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며 생츄어리 활동가 모두의 화두입니다. 웅담채취용 사육곰은 곧 사라지겠지만, 여전히 ‘가축종’을 집단으로 가두어 기르는 축산업은 사회에서 ‘정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생츄어리의 동물들도 ‘사육 허가’를 받거나 전염병이 돌 때에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더 큰 힘을 갖기로 했습니다. 동물과 동물운동에 대해 서로 조금씩 다른 철학을 갖고 있지만,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강조하면서 함께 인간과 동물의 돌봄 관계를 바꿔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동적인 이틀이었습니다. 모임을 조직해주신 동물해방물결 활동가들과 함께해 주신 동료 활동가들께 연대의 마음으로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아 인제에는 엄청 맛있는 산나물 식당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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