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계절입니다. 화천 농장의 크고 작은 나무들은 뜨거운 햇볕과 장맛비를 맞으며 무럭무럭 초록빛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곰들이 거니는 곰숲 틈 사이사이부터 저 너머의 산까지 초록이 닿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저희는 이곳저곳에 퍼진 초록을 따라다니며 초록을 채취하는 일상을 보내는 중입니다. 여름에만 만날 수 있는 이 초록들을 놓치기엔 초록은 쓰임새가 많거든요. 

벚나무에 맺힌 버찌는 미소의 새콤한 간식이 되고 나무와 철망을 감으며 자라난 칡의 잎과 줄기는 칠성이의 간식이 됩니다. 높게 자란 은사시나무 토막은 껍질을 갉고 뜯을 수 있는 소요의 장난감이, 잎이 풍성하게 달린 뽕나무 가지는 물고 흔들며 뒹굴 수 있는 미남이의 장난감이 됩니다. 우리가 전하는 초록은 때로는 간식으로, 때로는 장난감으로, 혹은 그저 평소 느끼지 못했던 냄새와 촉감이라는 이유만으로 곰들에게 좋은 쓰임이 되어줍니다. 

더위와 습기로 가득한 요즘의 날씨는 저절로 미간을 찌푸리게 하지만 가끔은 숨 한 번 돌리며 주위의 초록을 찾아보는 소소한 즐거움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초록은 곰들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뜻밖의 쓰임이 되어줄 수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