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만, 몸으로 봄을 맞는 일은 늘 생각보다 갑작스럽고 놀랍습니다. 왜 이렇게 덥냐며 외투를 벗어 던지듯 언제 망울이 맺혔는지도 몰랐는데 꽃깍지를 툭 하고 터뜨리고는 봄 꽃이, 새싹이 지천에서 피어납니다.

그 망울 터지는 소리가 겨울잠 자던 곰의 귀에는 들리는 걸까요? 야생곰에게는 겨울잠을 깨어나는 시기가 산야에 먹을 식물이 싹을 틔우는 시기입니다. 인간들이야 세상 무뎌서 어느 나무가 잎을 내는지, 개구리가 알을 낳는지 까맣게 모르고 있지만, 곰들은 먹고 살기 위해 다 알고 있습니다. 화천의 곰들도 자연이 밥 주는 소리를 들었는지 하나 둘 깨어났습니다.

첫 겨울잠은 무사히 치러냈습니다. 3월 중순부터 곰들은 하나씩 잠에서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겨우내 눌러 놓았던 식욕도 슬슬 올라오는 중입니다. 우리에게는 겨울잠을 재울 근거가 부족하지도 않았고, 농장에서 번식에 이용되던 우리 곰들은 겨울잠의 경험도 있었습니다. 

다만 돌보는 사람들에게 겨울잠은 처음이라 너무 배를 곯는 건 아닌지, 자다가 혹시나 아프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많이 했더랬습니다. 칸칸이 설치된 CCTV를 통해 곰 하나하나의 행동을 분 단위로 기록하며 각자의 잠자는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인간의 돌봄이 개입된 곰의 겨울잠이란 정말 복잡했습니다.

다행히도 곰들은 이제 태연히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밥을 내놓으라 종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겨울잠을 재운 중요한 이유 하나는 ‘체중 관리’입니다. 겨우내 자면서 빠져야 할 몸무게도 성공적으로 잘 빠진 것 같습니다. 잠들기 직전 12월과 비교해 적게는 8.2%, 많게는 18.1%까지 빠졌습니다. 가장 무거운 편이었던 주영이는 겨울잠을 자는 석 달 동안 23.8kg이나 줄였습니다. 이대로 봄까지 체중을 유지하다 여름부터 다시 늘어나는 자연의 곡선을 따르기 위해 또 애를 써야 합니다.

곰의 겨울잠은 인간의 몸을 가진 우리가 상상도 못할 경험입니다. 강추위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몸 속의 지방만을 태우며 석 달을 굶는 경험을 가까이 관찰해보면, 우스갯소리로도 겨울잠을 자보고 싶다는 말은 쑥 들어갑니다. 사실 겨울잠이 곰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도 아직은 고민하는 단계입니다. 곰은 곰의 고민을, 인간은 인간의 고민을 하면서 서로의 돌봄이 만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무사히 돌아와준 봄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