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시설 운영 Sanctuary Ops]곰에게 구충제를 먹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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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등학교에서 모든 아이들의 변을 일제히 모아 기생충이 있는지 검사를 하던 시절이 있습니다. 작은 봉투에 변을 얼만큼 담아야 하는지 고민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연히 채변봉투를 모으는 날 학교에서는 난리가 났더랬죠. 이제는 한국에서 인분을 비료로 쓰지도 않고, 인간의 몸과 작물을 돌던 기생충이 거의 사라진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동물에서는 구충제가 필수인 것으로 여깁니다. 친숙하게 기르는 개는 여전히 흙과 접촉하며 사는 경우가 많고, 그 접촉을 막으면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에 기생충 감염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동물이 땅에 코를 박고 이것저것 주워 먹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기생충이 그 과정을 통해 알을 먹도록 진화한 결과라서 그렇습니다. 그럼 곰은 어떨까요?

야생에 사는 곰은 물론이고, 동물원이나 농장에서 사육되는 곰도 몸 안팎에 다양한 기생충과 함께 삽니다. 곰을 숙주로 해야 살아가는 기생충 종이 있기 때문입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곰회충’을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돌보는 곰들에게 1년에 두 번 구충제를 먹이곤 했는데요. 지난 겨울과 올 겨울 두 번 겨울잠을 재우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곰의 ‘셀프 구충’입니다. 겨울잠에 들기 직전 곰들은 몸 속에 살고 있던 기생충을 일제히 똥으로 내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곰이 먹지 않고 겨울잠을 자는 동안 몸 속 자원을 최대한 아껴야 하기 때문에 군식구들을 내쫓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이제 저희는 계절별로 곰똥에서 기생충이 얼마나 사는지 확인을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부러 구충제를 먹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생충과 어느 정도 함께 사는 것이 자연스럽기도 하고요. 기생충은 마치 숙주에게 해만 미치는 것 같지만 숙주동물도 기생동물도 모두 생태계의 일원으로 서로 좋고 나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삶을 떠받치는 존재들입니다. 사실 근대 (수)의학은 기생충은 어떤 해가 되는지만 알고 득은 잘 알지 못해서 우리는 기생충을 모두 죽이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 죽이려는 일이 불가능하기도 하다는 것을 압니다. 누군가를 다 죽이는 일은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함께 살도록 만들어졌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