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와 방류협의체는 준비 없는 비봉이 방류의 결과에 책임져라

[공동성명]해양수산부와 방류협의체는 준비 없는 비봉이 방류의 결과에 책임져라

 

방류된 지 3개월이 넘은 지금까지 비봉이는 행방불명이다. 안타깝지만, 제주도 연안을 회유하는 남방큰돌고래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지금까지 한 번도 관찰이 되지 않았다면 비봉이가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리 단체들은 준비 없는 방류를 강행하고 지금까지도 시간 끌기와 변명으로 일관하는 해양수산부와 방류협의체의 무책임한 자세에 강한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애초에 여러 동물단체와 언론, 해외 전문가들은 비봉이가 어린 나이에 포획되어 야생에서의 기억이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수족관에서 산 기간이 길다는 점 등을 이유로 야생에 적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봉이의 조건이 제돌이를 비롯한 방류에 성공한 돌고래들보다 방류에 실패한 금등이, 대포의 조건과 유사하기 때문에 방류 적합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해수부와 방류협의체는 우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다른 선택지는 배제한 채 오직 ‘방류 성과내기’에만 급급했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된 ‘동물원 및 수족관 동물관리위원회’의 자문도 받지 않았다. 방류 실패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으니 철저한 모니터링 준비도, 야생에서 적응하지 못했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도 미흡했다. 심지어 위치추적장치(GPS) 수신 확인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방류를 강행했다. 종(種)을 불문하고 모든 야생동물의 방사에서는 건강 상태가 양호함이 필수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비봉이는 방류 당시 체중이 극도로 줄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방류 전 과정에서 의문이 제기될 때마다 비상식적인 해명으로 일관해 왔다. 방류 시점부터 단 한 번도 GPS 수신이 된 적이 없는데 대해 방류협의체는 ‘비봉이가 활발하게 움직여서 신호가 안 잡힌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비봉이의 모습이 관찰되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방류한 지 3개월이 된 시점까지 줄곧 ‘사체를 발견하지 못했으니 폐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한창 인기를 끌 무렵에는 장관이 직접 나서서 비봉이를 방류하겠다고 발표하더니, 지금은 방류 과정에 대해 국회가 요구하는 자료조차 내놓지 않고 둘러대기와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대처를 보면 과연 해수부가 주무부처로서 고래류의 보호를 담당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준비 없는 방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비봉이에게 돌아갔다. 어떤 동물이던 야생에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준비 없이 방사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동물에게 큰 고통을 주는 일이다. 더욱이 고래류는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자아를 인지하는 능력이 있는 동물이다. 비봉이가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겪었을 고통과 스트레스는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이미 미숙한 판단으로 금등이와 대포를 죽게 한 경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오를 되풀이한 것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심지어 금등이와 대포에 대해서도 해수부는 아직까지 방류 실패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적도, 원인을 분석한 적도 없다. 우리는 해수부와 방류협의체가 이번 비봉이의 방류에서 발생한 모든 결정 과정과 근거를 지금 당장 자료로 낱낱이 공개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과학적 근거와 철저한 조사없이 야생으로 고래류를 방류해 죽음으로 내모는 일은 앞으로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2023년 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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