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8일, 화천의 마지막 사육곰 농장에 수년 째 혼자 살고있던 곰을 구조해왔습니다. 곰 구조에 써달라며 큰 돈을 기부해주신 후원자명을 따서 이 곰의 이름은 주영이가 되었습니다.

주영이는 곰보금자리 시설에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한 곰이자 아마도 이곳에서 가장 어린 곰이며, 그리고 유일하게 일본 아종이 아닌 곰입니다. 서아시아의 어디께가 주영이의 조상이 살던 곳일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일본 아종의 여타 곰들과는 달리 무성한 갈기와 크고 선명한 반달무늬를 가지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다른 곰들과는 반대로, 사람에게는 다소 적대적이지만 마음 맞는 곰 친구에게는 수월하게 곁을 내주는 모습이 우리에겐 참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지금 주영이의 양쪽 눈두덩이에는 흰색 무늬가 도드라져 보입니다. 마치 눈썹 같아 보이는 이 무늬는 사실 정형행동을 자주 보이는 주영이가 철창에 머리를 비비며 난 상처인데요. 주영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활동가들이 다니는 복도에 등을 돌린 채 뒷산 방향으로 정형행동을 보였다면, 이제는 그 방향이 활동가들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 다르달까요.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더 이상 주영이에게 사람은 도망치고 싶은 누군가가 아니라, 기다려지는 누군가가 되었다는 의미일 거라 작은 기대를 해봅니다.

가장 다른 곰, 그래서 아직 가장 어려운 곰 주영이는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고 일깨워주는 것만 같습니다. 그런 주영이 덕분에 우리는 곰 공부를 더해가고, 그렇게 우리와 곰들이 공유하는 세계는 날로 넓어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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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년에 한 번 맞는 생일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안부를 주고받고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것처럼, 화천의 곰들에게도 일년에 한 번씩은 그런 날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오늘의 곰에게는 맛있는 간식도 선물하고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소개하는 시간도 가져보려 합니다. 여러분도 이날만큼은 각 곰의 눈, 코, 입, 귀, 갈기, 발, 체형, 가슴 무늬, 꼬리와 엉덩이까지 부분 부분을 찬찬히 눈에 담아보세요. 이렇게 한 해가 지나면, 모든 곰들이 우리의 마음 속에서 조금씩 더 특별해져 있지 않을까요?

10월 8일, 주영이와 함께한지 벌써 일년! 오늘의 곰 주영이의 날을 많이 많이 축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