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및 캠페인]<보금자리 선언> 후기


10월 4일 세계 동물의 날에 보금자리를 꾸리는 네 개 동물단체가 모였습니다. 돼지, 소, 염소, 닭, 오리, 칠면조, 그리고 반달가슴곰을 돌보는 동물해방물결, 동물권행동 카라, 새벽이 생추어리, 곰보금자리프로젝트입니다. 인간이 만든 착취 구조 속에 강제로 말려들어와 비참한 삶을 살거나 그렇게 될 뻔한 동물들을 돌보는 ‘보금자리’들이 광화문에 모였습니다.


‘보금자리 선언’은 서로 다른 네 단체가 몇 달 동안 머리를 맞대고, 우리가 ‘보금자리’라는 것을 무엇으로 여기고 그 안에서 어떤 인간-동물 관계를 지향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이 선언으로 우리는 새로운 비인간동물과 새로운 관계를 함께 꿈꾸기 시작합니다. 앞으로 더 풍부하고 단단하게 쌓일 연대는 동물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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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Sanctuary) 선언문>


보금자리(Sanctuary)는 원래 ’피난처‘ 혹은 ’안식처‘라는 뜻으로 갈 곳 없는 동물을 보호하는 공간이나 시설을 의미한다. 인간의 영향으로 가축화된 종이나 이미 인간의 사육에 익숙해진 야생동물은 인간의 돌봄이 필요하다. 보금자리는 공장식 축산, 동물원 등 인간의 착취 구조에서 벗어나 동물 그 자체로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는 동물의 권리와 복지를 고민하고, 더 나은 인간-동물 관계를 위해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삶의 주체

우리는 거주동물을 삶의 주체로서 존중한다. 착취적인 환경으로부터 그들의 여생을 보호하며, 나아가 거주동물이 생명이 다할 때까지 살만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하나, 자율성

우리는 거주동물이 가능한 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며, 이는 거주동물의 ’자연스러운 삶‘을 기준으로 한다.


하나, 욕구와 선호

우리는 거주동물에게 음식, 수면과 휴식, 배설 등 생활 전반에 관하여 개체별 욕구와 선호가 반영된 형태의 돌봄을 제공하도록 노력한다.


하나, 건강과 안전

우리는 거주동물을 예방적 살처분 등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며, 신체적, 정서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치료와 돌봄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건강 검진과 백신 접종, 자체 방역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하나, 용어 사용

우리는 거주동물에 대한 시혜적 언어를 지양하고, 인간의 언어에 서린 권리침해적 성격을 감추지 않는다. 우리의 용어 사용은 폭력적 인간-동물관계를 감추기보다 드러내는 쪽을 향한다.


하나, 사회적 상호작용

우리는 거주동물이 혼자 있거나 무리로 있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공간 분리 등의 적절한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거주동물 간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위해 노력한다.


거주동물은 고유한 삶의 주체로서 욕구와 선호를 지닌 개별적 존재이며 이들의 욕구와 선호는 어떠한 경우에도 존중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인간 역시 한 종의 동물임을 인지하며, 거주동물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데 기꺼이 동의한다. 동시에,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선언은 거주동물의 이상적 공간을 추구하지만, 보금자리는 본질적으로 인간이 구획한 인위적이고 제한된 공간이다. 동물을 감금하는 구조, 제한적 자원, 다양한 가치의 충돌 등 우리는 매일 현실에서 타협해야 하는 일과 마주한다. 그러나 우리는 무력해지지 않고, 계속 고민하며, 거주동물을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2024년 10월 4일 세계 동물의 날


동물해방물결, 동물권행동 카라, 새벽이생추어리, 곰보금자리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