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시설 운영 Sanctuary Ops]좁은 구멍으로 세상을 살피던 두 곰이 화천으로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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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1일, 경상도의 한 농가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기르던 사육곰 두 마리를 당장 데려가달라는 전화였습니다.

2023년 12월 사육곰 산업의 제도적 종식을 명시한 야생생물법이 통과한 이래,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곰을 직접 매입하는 일에는 거의 나서지 않아왔습니다. 곰 매입 책임을 시민단체에 돌리려는 국가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었고, 따라서 곰을 매입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 일관적으로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산업 종식 하루 전까지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국가에서는 사육곰 구조/매입을 위한 예산을 마련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날 그렇게 전화를 받은 것입니다.

곰보금자리 화천 시설의 사육장은 총 열다섯 칸. 열세 마리 곰 중 가장 활동량이 많은 우투리와 알코가 두 칸을 씁니다. 내실 청소나 곰의 사회화 등의 필요에서도 일부러 여분의 칸을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남아있던 두 칸은, 이 두 곰을 위해 비워진 자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 두 마리 곰이 들어와 시설이 꽉 차도 돌봄에 문제가 없을지, 그리고 우리가 곰을 사야만 하는 시간이 결국 다가온 것인지, 활동가들은 몇날 며칠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화천의 곰들이 모두 겨울잠에 든 1월 초, 활동가들은 차를 타고 네 시간 가까이를 달려 곰을 만나러 갔습니다.

곰들의 이름은 찔레와 또또입니다. 암컷인 찔레와 수컷인 또또 모두 열서너 살, 화천의 가장 젊은 곰 주영이와 비슷한 나이입니다. 곰들의 수명이 30년 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두 곰은 지금까지 살아온 날 그 이상을 앞으로도 철창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찔레와 또또를 이전에도 두 번이나 만난 적이 있습니다. 2019년과 2024년 전국 곰 농장 전수조사를 다닐 때였습니다. 7년 전 열두 마리의 곰이 살던 이 농장에는, 2년 전에는 찔레와 또또, 그리고 달래라는 곰까지 총 세 마리만이 남아있었습니다. 그 사이 달래도 어떠한 연유로 세상을 떠나고, 이제 찔레와 또또만 남아 기약 없는 시간을 살아온 것입니다.

우리가 이 농장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건 무엇보다 곰을 대하는 농장주들의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야생생물법이 통과된 이후 농장을 찾았을 때에, 농장주 내외가 굉장히 격앙되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예쁜 이름을 붙이고 애정을 다해 곰을 돌보는데, 왜 농장주를 악마로 몰아 곰을 뺏어가려 하냐는 것이었습니다. 당신들은 곰을 괴롭히면서 기른 적이 없고, 어릴 때부터 손을 탄 곰들에게 이곳은 천국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진심을 다해 곰들을 잘 돌보고 있다고 굳게 믿어온 이들에게, 그것은 곰들을 위한 일이 아님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앞선 두 번의 만남에서도 그랬듯, 이날도 곰들은 우리가 궁금한 듯 철창 사이로 내내 얼굴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가로 길이 한 뼘도 채 되지 않는, 그마저도 양옆으로 삐죽삐죽한 철사가 따가울 그 구멍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아보는 것이 이 곰들이 철창 밖 세상을 향해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우리를 바라보던 찔레와 또또는 이내 정형행동을 하며 좁은 철창 안에서의 답답함을 온몸으로 표현했습니다. 곰을 사랑으로 돌본다고 자부하는 농장주 곁에서 곰들은 십수 년을 괴로워하며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명확히 어떠한 결정을 내리고 온 것은 아니었지만, 두 곰을 만나 눈을 마주친 순간 긴 고민 없이 농장주에게 곰을 데려가겠노라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화천곰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올 봄에 찔레와 또또를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곰을 농장에서 꺼내는 일은 여전히 국가의 책임이어야 한다는 우리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를 살피러 철창에 코를 내밀던 두 곰 찔레와 또또에게 조금 더 빠른 봄을 선물해주고 싶었습니다. 다른 농장에서 온 소요와 덕이, 그리고 주영이가 그랬듯, 찔레와 또또에게도 평생을 살아온 철창을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남은 또다른 십수 년의 삶은 흙을 밟고, 햇볕 아래 드러눕고, 친구와 교감하는 부지런한 일상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곰을 사고, 옮기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에는 2천만 원의 비용이 필요합니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여러분의 도움이 있다면 두 곰은 머지않아 더 나은 삶을 맞이할 것입니다. 차가운 철창 속의 찔레와 또또가 맞이할 따뜻한 봄을 함께 준비해주세요.


기업은행 203-147531-04-045 곰보금자리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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