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한 눈동자와 크고 동그란 귀를 가진 알코의 정식 이름은 ’알코르‘입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미자르‘와 옆방에 살던 시절, 둘은 서로의 얼굴만 봐도 큰 소리를 내며 신경질을 냈었는데요. 둘의 관계가 나아지길 바라며 가깝게 붙어있는 큰곰자리 항성 이름을 따 둘에게 ’미자르‘라는 이름과 ’알코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미자‘와 ’알코‘라는 애칭을 가지게 된 둘의 사이가 나아지진 않았지만요.

알코는 식욕이 좋고 크게 가리는 음식이 없는 곰이라 다른 곰들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상추, 브로콜리, 청경채도 잘 먹습니다. 사료가 든 풍부화물을 열심히 굴리고 흔들며 배불리 밥을 먹고 나면 곤히 낮잠에 빠지는 알코의 모습은 얌전하고 무던한 성격의 곰처럼 보이지만 때때로 반전 모습을 보여주어 우리를 놀라고 웃음 짓게 합니다.

철근으로 된 문 틈에 발톱을 넣고 문을 살짝 들어올리는 기술을 터득한 알코 때문에 활동가들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경험을 했었는데요. 그래서 곰들의 사육장 중엔 유일하게 알코의 사육장 문틈에만 나무판이 덧대어져 있답니다. 2층으로 된 곰숲의 구조물이 낯설법도 한데 어색한 발걸음으로 몇 차례 사다리를 오르내리더니 이젠 구조물 옥상에 늘어져 시간을 보내게 된 알코의 모습은 화천의 곰들 중 알코만이 보여주는 용감한 모습이구요.

쌔까만 털옷을 입고 포동포동 살 찐 모습으로 곰숲을 거니는 알코를 보고 있으면 발등을 핥는 정형행동 때문에 털이 다 빠져 앞발이 앙상했던 알코의 옛 모습이 생경하게 느껴집니다. 늘 배가 고픈듯 사람만 보면 허겁지겁 가까이 다가와 입을 벌리곤 했던 알코가 이제는 사람을 앞에 두고도 느긋이 자거나 물놀이를 즐기는 곰이 된 것도요.

알코의 날들엔 앞으로 무엇이 주어질까요? 더 넓은 곰숲, 새로운 장난감, 낯설지만 먹어볼만한 과일과 채소들을 경험하며 우리가 몰랐던, 아마 알코도 모르고 있었던 알코의 여러 모습을 맘껏 마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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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 년에 한 번 맞는 생일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안부를 주고받고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것처럼, 화천의 곰들에게도 일 년에 한 번씩은 그런 날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오늘의 곰에게는 맛있는 간식도 선물하고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소개하는 시간도 가져보려 합니다. 여러분도 이날만큼은 각 곰의 눈, 코, 입, 귀, 갈기, 발, 체형, 가슴 무늬, 꼬리와 엉덩이까지 부분 부분을 찬찬히 눈에 담아보세요. 이렇게 한 해가 지나면, 모든 곰들이 우리의 마음 속에서 조금씩 더 특별해져 있지 않을까요?

2월 27일 오늘의 곰 알코르의 날을 많이 많이 축하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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