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산업 종식 활동
1. 화천 사육곰 구조와 돌봄
2021년 6월 동물권행동 카라와 함께 화천에 있는 열다섯 마리의 사육곰을 구조했습니다. 더 이상 곰을 기를 수 없게 된 농장주는 곰을 죽이지 않고 안전하게 보살펴 줄 곳을 찾고 있었고,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생츄어리를 지을 때까지 활동가들이 농장에서 돌봄을 돕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상근자 한 명 없던 저희에게 무모한 도전이었고 이것이 가능한 일인지 스스로 의심하기도 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결론 밖에 낼 수 없었습니다. 규모가 있는 여러 단체에 연대활동을 제안했고 동물권행동 카라는 어려운 결정을 흔쾌히 해주었습니다. 두 단체가 힘을 합치지 않았다면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구조 후 두 마리가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남은 열세 마리 곰들의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빠듯한 살림에 트럭 한 대를 기부 받아 농산물 도매점과 사료 공장을 돌면서 곰들이 먹을 것을 싣고 매주 화천으로 나르는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곰이 먹을 것을 무료로 주겠다고 나타나주었고, 활동에 동참하겠다는 활동가들도 하나씩 늘었습니다. 매주 화천까지 왕복 7시간을 다녀오는 일을 누가 할까 싶었는데, 활동가들은 지금까지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곰을 돌보러 주말을 반납하고 화천으로 향합니다. 강원도의 겨울을 어떻게 날까 걱정했는데 벌써 봄이 오고 있습니다.
곰 생츄어리와 동물원에서 일했던 활동가들의 경험을 농장에서의 사육곰 돌봄에 녹이는 작업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40년 전에 만들어진 농장 시설은 너무 열악해서 곰들에게 물도 제대로 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녹슨 철창은 용접부위가 떨어져서 탈출 사고 위험이 산재해 있었습니다. 비탈진 흙길은 활동가들이 걸어 다니기에 너무 미끄러웠고 곰을 이동시킬 케이지도 옮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이가 나쁘지만 함께 살아야 했던 곰들은 밥 먹는 시간마다 서로를 다치게 할까 봐 마음 졸여야 했습니다.
가장 먼저 제작했던 것은 초여름 더위에 목이 타던 곰에게 가장 급했던 물통입니다. 곰이 들어가 앉을 정도로 커다란 물통 열 다섯 개를 녹슬지 않는 스텐레스로 제작해서 하나씩 달아줬습니다. 신선한 먹이를 보관할 냉장고와 냉장고를 넣을 컨테이너도 사야했습니다. 무너져 내리는 곰사 콘크리트벽에 몰탈을 개어 보수하고 끊어진 와이어줄을 갈아 끼웠습니다. 용접을 배워 망가진 사육장을 고치고 급수 펌프의 호스도 갈아끼웠습니다. 먹이를 체계적으로 주기 위해 저울을 사고 농장에서 질척거리는 똥을 밟고 다닐 장화도 샀습니다. 필요한 비용은 오직 여러분의 후원으로 충당했습니다.
곰의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도 시급했습니다. 청소 시간마다 내실로 쫓겨 들어가던 경험을 하던 곰들에게 내실로 들어가는 일이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훈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밥시간이 되면 천천히 씹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먹이를 줍니다. 마취 스트레스 없는 이동을 위해 바퀴 달린 이동 케이지를 제작해서 곰이 스스로 걸어 들어가도록 훈련하고 있고, 그 안에서는 체중도 잴 수 있도록 체중계를 제작해서 설치했습니다. 훈련을 맡은 활동가들은 연휴나 휴가 동안 며칠씩 모텔을 잡고 화천에서 합숙하며 곰을 훈련시키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곰들은 마취 없이 근육주사도 맞고 채혈도 하고 입안도 보여줄 수 있는 곰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활동은 모든 곰을 하나씩 독립된 존재로 여기고 그들의 서로 다름을 알아야 가능합니다. 훈련사, 사육사, 수의사, 수의테크니션 등으로 구성된 개체관리팀은 매주 화천에서 관찰한 내용으로 회의를 합니다. 다리를 저는 곰이나 잠에서 늦게 깨는 곰을 기록하고 정보를 공유합니다. 곰의 행동이나 생리학적 지표(똥 상태, 외관, 혈액검사 결과 등)에 따라 먹이량을 얼마나 조정할 것인지, 약의 종류와 주는 방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자동먹이급여기를 사용할 것인지, 해먹이나 타이어침대를 어느 위치에 설치할 것인지를 치열하게 토론합니다. 그 과정에서 활동가들은 사육곰들과 조금씩 더 깊은 관계를 맺어갑니다.
저희는 화천의 사육곰들을 2022년에는 생츄어리로 이주시킬 계획입니다. 계속 넘어지고 실패하지만 다시 계획을 짜고 추진 중입니다. 이 늙은 곰들에게 새순이 나는 흙바닥을 파는 경험이 어떤 기분인지 올해는 알게 해주고 싶습니다.
2. 민간 곰 생츄어리 건립 추진
고양시에 민간 생츄어리를 마련하기 위해 2021년 한 해를 꼬박 사용했습니다. 다 된 줄 알았던 일이 예상치 못한 장벽에 부딪혔습니다. 억울한 마음도 들지만 누구를 원망할 것 없이 미리 내다보지 못한 활동가들의 잘못입니다. 넓은 공간과 큰 비용을 필요로 하는 만큼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활동가들은 다시 부지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한국이 좁은 땅덩이에 사람은 많다고 하지만, 사실 사람이 살지 않는 산과 들은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입니다. 땅을 살 돈은 없고, 땅을 장기로 임대해주면서 건물을 짓도록 해주는 땅주인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곰들을 돌볼 시설을 지으려면 개발행위와 건축인허가가 가능한 땅이어야 합니다. 지자체마다 인허가 기준이 달라서 매번 시군청에 들어가 확인을 해야 합니다.
게다가 생츄어리 시설을 계획대로 짓는 것도 여전히 여력이 없습니다. 곰들이 뛰어놀 방사장에 울타리를 치는 것만 해도 수억 원이 들고, 비바람을 피할 건물을 짓고 그 시설들을 앉히기 위해서 토목공사를 하는 것도 큰 비용이 듭니다. 서른 마리 규모로 최소한의 시설을 지으려면 적어도 10억원이 필요한데, 아직 1억원 밖에 모으지 못한 상황입니다. 생츄어리를 운영하려면 매달 돌봄 활동 인건비와 먹이, 전기와 수도에 필요한 비용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월2천만원입니다.
객관적인 상황에 비추어 보면 말도 안 되는 도전처럼 느껴지지만, 해야 하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2022년에는 생츄어리를 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도와주신 덕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후원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곰 생츄어리가 필요한 이유 (자세히 보기)
3. 곰 사육 종식을 위한 민관협의체 참여
2021년 9월부터 환경부 주재로 시민단체, 사육곰농가협회 등이 함께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민관협의체 회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국의 사육곰을 모두 중성화했던 2017년 이후 정부는 사육곰 문제가 정부의 손을 떠났다고 공언했었습니다. 사육곰은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없는 동물이고 사육재산이기 때문에 정부가 할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2021년에는 환경부와 구례군이 함께 50마리 규모의 생츄어리를 설계하기 시작했고 2022년에는 환경부가 서천군에 70~80마리 규모의 생츄어리를 설계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정부가 책임을 지기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이것은 사육곰 문제에 관심이 많던 현 환경부 장관의 공이 큽니다. 사육곰 문제가 우리 사회의 문제라는 기조를 소관 부처의 수장이 정하면 그에 따라 공무원들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저지른 야생동물 보신 산업 육성의 과오를 인정하고, 이미 수요가 사라진 상황에서 출구 전략을 제안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 합니다. 장관이나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금의 기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환경부도 생태적 관점 이상의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합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여전히 이 과정에 부족함이 있다고 느끼는 동시에, 정부 정책의 전향적 태도를 환영하며 연대 단체들과 함께 민관협의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2년 1월의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서’에 다함께 서명함으로써 2026년까지 곰 사육을 종식하기로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민관협의체에는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뿐 아니라 녹색연합,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로 이루어진 시민단체, 사육곰 농가 협회, 환경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비정례 회의에서는 농장주가 구속된 사육곰 농장의 곰 관리 대책을 비롯해 사육곰 특별법 제정과 같이 사육곰 산업을 끝낼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압력으로 만들어진 자리인 만큼 시민단체가 들러리 서는 역할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고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원탁의 안팎에서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4. 구례 곰 생츄어리 설계 참여
환경부와 구례군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전라남도 구례군에 보호시설을 설계 중입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설계 시작 전부터 프로젝트 진행을 맡은 구례군에 개입을 시작했습니다. 작은 지자체가 비용을 반이나 대며 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관광사업의 일환으로 계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또 하나의 동물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우리의 잔소리를 이해하지 못하던 구례군에서도 차츰 보호시설과 동물원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었고 능동적으로 우리의 조언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기본계획업체에도 꾸준히 자문 역할을 하면서 설계와 운영계획에 참여했고 동물원이 아니라 생츄어리가 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조금 늦었지만, 구례군 사육곰 보호시설은 설계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설계 원안의 비용이 정부예산을 초과하면서 원안대로 만들기는 어렵게 되었지만, 환경부가 사육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빛바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개입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2025년 완공 목표로 서천군에 또 하나의 보호시설을 계획하고 있지만, 구례와 서천의 보호시설이 완공되더라도 지금의 계획대로라면 수용가능한 곰은 120마리뿐입니다. 나머지 240마리가 4년 안에 모두 사라질 수도 없고 그러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사육곰 산업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마음을 놓지 않겠습니다. 생츄어리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계속 공부하면서 불편한 전화를 걸겠습니다.
5.여주 용인사육곰 농가 대응
2021년 10월 용인과 여주에서 사육곰 농장을 운영하던 농장주가 공무집행방해, 동물보호법 위반,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협의로 구속되었습니다. 농장주는 같은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 집행유예 상태였습니다. 사육곰 협회에서도 이 농장주의 막무가내식 도살과 번식 등 불법 행위를 골칫거리로 여기고 있어서 변명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농장주는 감옥에 갔지만, 또 다른 감옥에 갇혀 있는 이 농장의 곰들은 지금 환경부의 지시로 야생생물관리협회에서 돌보고 있습니다. 엽사(사냥꾼) 단체라 우려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동물단체가 직접 돌보는 방법도 제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루기에 따라 사람과 동물 모두 위험해질 수 있는 곰을 돌보기에 엽사들은 나름의 전문성을 가진 집단입니다. 저희는 야생생물관리협회가 한정된 예산으로 곰들을 지키며 사고를 막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모니터링하고 물심양면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농장주의 불법 행위가 잘못되었다고 여기지만, 동시에, 이런 상황을 만든 정부가 사법부와 함께 일방적으로 농장주에게 책임을 덧씌우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농장주들은 정부가 장려하는 산업에 들어가서 곰을 키웠을 뿐이지만, 사육곰 산업을 제도화하고 성행하게 했던 책임은 정부가 더 크게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진작 사육곰 산업을 종식하고 농장주들의 피해를 보상했더라면 곰들에게 비극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농장주는 반복해서 불법 행위를 일삼고 곰들을 괴롭혔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 농장주에게서 곰의 소유권을 넘겨 받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농장주가 풀려나기 전에 주인이 없어진 이 곰들을 합법적으로 피신시키기 위해 연대단체들, 환경부 공무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1심에서 6개월형을 받은 농장주와 검찰은 양측 모두 항소를 한 상황입니다. 임시보호처를 구하고 이송하고 보호하는 과정에도 큰 비용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저희의 예산으로는 엄두를 내지 못할 규모입니다. 역시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조직 기반 마련
1. 사무실
2018년 가을에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를 결성한 이후 제대로 된 사무실 없이 떠돌다 드디어 활동가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모두 후원자님들의 덕입니다. 올해 대림에 있는 사무실에서 회의도 하고, 펀딩 물품 포장도 했습니다. 앞으로 사무실에서 더 많은 일을 해내겠습니다.
2. 사단법인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 상근활동가 1명 채용
2018년 시작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가 드디어 비영리사단법인이 되었습니다. 기부금 영수증 발급이 가능하도록 공익법인 신청을 했고, 2022년에는 후원자 여러분께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상근활동가 없이 활동하던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에도 상근활동가가 생겨 예전보다 더 원활하게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타 활동
1.강연
구례군 <반달가슴곰 보호시설 해설사 양성 교육>, 씨티칼리지, 강릉 운산분교에서 사육곰 문제와 생츄어리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2022년에도 다양한 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2. 마이동풍(풍부화 소모임)
중국과 베트남에서 곰 생츄어리를 운영하는 '애니멀스 아시아'가 발간한 핸드북 "생츄어리에서의 반달가슴곰과 말레이곰 관리 및 복지"를 번역하여 관련 단체와 기관에 나눠주고 있습니다.
동물원 동물의 행동과 복지를 연구한 Robert Young의 책 “사육 야생동물을 위한 환경풍부화 Environmental Enrichment for Captive Animals”를 번역했습니다.
3.와디즈 펀딩 모금
더 많은 분들께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와 사육곰이야기를 알리기 위해서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했고, 3148%로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제작원가와 수수료등을 제외하고 16,526,054원이 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육곰 산업 종식 활동
1. 화천 사육곰 구조와 돌봄
2021년 6월 동물권행동 카라와 함께 화천에 있는 열다섯 마리의 사육곰을 구조했습니다. 더 이상 곰을 기를 수 없게 된 농장주는 곰을 죽이지 않고 안전하게 보살펴 줄 곳을 찾고 있었고,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생츄어리를 지을 때까지 활동가들이 농장에서 돌봄을 돕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상근자 한 명 없던 저희에게 무모한 도전이었고 이것이 가능한 일인지 스스로 의심하기도 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결론 밖에 낼 수 없었습니다. 규모가 있는 여러 단체에 연대활동을 제안했고 동물권행동 카라는 어려운 결정을 흔쾌히 해주었습니다. 두 단체가 힘을 합치지 않았다면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구조 후 두 마리가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남은 열세 마리 곰들의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빠듯한 살림에 트럭 한 대를 기부 받아 농산물 도매점과 사료 공장을 돌면서 곰들이 먹을 것을 싣고 매주 화천으로 나르는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곰이 먹을 것을 무료로 주겠다고 나타나주었고, 활동에 동참하겠다는 활동가들도 하나씩 늘었습니다. 매주 화천까지 왕복 7시간을 다녀오는 일을 누가 할까 싶었는데, 활동가들은 지금까지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곰을 돌보러 주말을 반납하고 화천으로 향합니다. 강원도의 겨울을 어떻게 날까 걱정했는데 벌써 봄이 오고 있습니다.
곰 생츄어리와 동물원에서 일했던 활동가들의 경험을 농장에서의 사육곰 돌봄에 녹이는 작업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40년 전에 만들어진 농장 시설은 너무 열악해서 곰들에게 물도 제대로 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녹슨 철창은 용접부위가 떨어져서 탈출 사고 위험이 산재해 있었습니다. 비탈진 흙길은 활동가들이 걸어 다니기에 너무 미끄러웠고 곰을 이동시킬 케이지도 옮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이가 나쁘지만 함께 살아야 했던 곰들은 밥 먹는 시간마다 서로를 다치게 할까 봐 마음 졸여야 했습니다.
가장 먼저 제작했던 것은 초여름 더위에 목이 타던 곰에게 가장 급했던 물통입니다. 곰이 들어가 앉을 정도로 커다란 물통 열 다섯 개를 녹슬지 않는 스텐레스로 제작해서 하나씩 달아줬습니다. 신선한 먹이를 보관할 냉장고와 냉장고를 넣을 컨테이너도 사야했습니다. 무너져 내리는 곰사 콘크리트벽에 몰탈을 개어 보수하고 끊어진 와이어줄을 갈아 끼웠습니다. 용접을 배워 망가진 사육장을 고치고 급수 펌프의 호스도 갈아끼웠습니다. 먹이를 체계적으로 주기 위해 저울을 사고 농장에서 질척거리는 똥을 밟고 다닐 장화도 샀습니다. 필요한 비용은 오직 여러분의 후원으로 충당했습니다.
곰의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도 시급했습니다. 청소 시간마다 내실로 쫓겨 들어가던 경험을 하던 곰들에게 내실로 들어가는 일이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훈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밥시간이 되면 천천히 씹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먹이를 줍니다. 마취 스트레스 없는 이동을 위해 바퀴 달린 이동 케이지를 제작해서 곰이 스스로 걸어 들어가도록 훈련하고 있고, 그 안에서는 체중도 잴 수 있도록 체중계를 제작해서 설치했습니다. 훈련을 맡은 활동가들은 연휴나 휴가 동안 며칠씩 모텔을 잡고 화천에서 합숙하며 곰을 훈련시키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곰들은 마취 없이 근육주사도 맞고 채혈도 하고 입안도 보여줄 수 있는 곰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활동은 모든 곰을 하나씩 독립된 존재로 여기고 그들의 서로 다름을 알아야 가능합니다. 훈련사, 사육사, 수의사, 수의테크니션 등으로 구성된 개체관리팀은 매주 화천에서 관찰한 내용으로 회의를 합니다. 다리를 저는 곰이나 잠에서 늦게 깨는 곰을 기록하고 정보를 공유합니다. 곰의 행동이나 생리학적 지표(똥 상태, 외관, 혈액검사 결과 등)에 따라 먹이량을 얼마나 조정할 것인지, 약의 종류와 주는 방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자동먹이급여기를 사용할 것인지, 해먹이나 타이어침대를 어느 위치에 설치할 것인지를 치열하게 토론합니다. 그 과정에서 활동가들은 사육곰들과 조금씩 더 깊은 관계를 맺어갑니다.
저희는 화천의 사육곰들을 2022년에는 생츄어리로 이주시킬 계획입니다. 계속 넘어지고 실패하지만 다시 계획을 짜고 추진 중입니다. 이 늙은 곰들에게 새순이 나는 흙바닥을 파는 경험이 어떤 기분인지 올해는 알게 해주고 싶습니다.
2. 민간 곰 생츄어리 건립 추진
고양시에 민간 생츄어리를 마련하기 위해 2021년 한 해를 꼬박 사용했습니다. 다 된 줄 알았던 일이 예상치 못한 장벽에 부딪혔습니다. 억울한 마음도 들지만 누구를 원망할 것 없이 미리 내다보지 못한 활동가들의 잘못입니다. 넓은 공간과 큰 비용을 필요로 하는 만큼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활동가들은 다시 부지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한국이 좁은 땅덩이에 사람은 많다고 하지만, 사실 사람이 살지 않는 산과 들은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입니다. 땅을 살 돈은 없고, 땅을 장기로 임대해주면서 건물을 짓도록 해주는 땅주인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곰들을 돌볼 시설을 지으려면 개발행위와 건축인허가가 가능한 땅이어야 합니다. 지자체마다 인허가 기준이 달라서 매번 시군청에 들어가 확인을 해야 합니다.
게다가 생츄어리 시설을 계획대로 짓는 것도 여전히 여력이 없습니다. 곰들이 뛰어놀 방사장에 울타리를 치는 것만 해도 수억 원이 들고, 비바람을 피할 건물을 짓고 그 시설들을 앉히기 위해서 토목공사를 하는 것도 큰 비용이 듭니다. 서른 마리 규모로 최소한의 시설을 지으려면 적어도 10억원이 필요한데, 아직 1억원 밖에 모으지 못한 상황입니다. 생츄어리를 운영하려면 매달 돌봄 활동 인건비와 먹이, 전기와 수도에 필요한 비용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월2천만원입니다.
객관적인 상황에 비추어 보면 말도 안 되는 도전처럼 느껴지지만, 해야 하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2022년에는 생츄어리를 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도와주신 덕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후원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곰 생츄어리가 필요한 이유 (자세히 보기)
3. 곰 사육 종식을 위한 민관협의체 참여
2021년 9월부터 환경부 주재로 시민단체, 사육곰농가협회 등이 함께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민관협의체 회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국의 사육곰을 모두 중성화했던 2017년 이후 정부는 사육곰 문제가 정부의 손을 떠났다고 공언했었습니다. 사육곰은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없는 동물이고 사육재산이기 때문에 정부가 할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2021년에는 환경부와 구례군이 함께 50마리 규모의 생츄어리를 설계하기 시작했고 2022년에는 환경부가 서천군에 70~80마리 규모의 생츄어리를 설계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정부가 책임을 지기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이것은 사육곰 문제에 관심이 많던 현 환경부 장관의 공이 큽니다. 사육곰 문제가 우리 사회의 문제라는 기조를 소관 부처의 수장이 정하면 그에 따라 공무원들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저지른 야생동물 보신 산업 육성의 과오를 인정하고, 이미 수요가 사라진 상황에서 출구 전략을 제안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 합니다. 장관이나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금의 기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환경부도 생태적 관점 이상의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합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여전히 이 과정에 부족함이 있다고 느끼는 동시에, 정부 정책의 전향적 태도를 환영하며 연대 단체들과 함께 민관협의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2년 1월의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서’에 다함께 서명함으로써 2026년까지 곰 사육을 종식하기로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민관협의체에는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뿐 아니라 녹색연합,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로 이루어진 시민단체, 사육곰 농가 협회, 환경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비정례 회의에서는 농장주가 구속된 사육곰 농장의 곰 관리 대책을 비롯해 사육곰 특별법 제정과 같이 사육곰 산업을 끝낼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압력으로 만들어진 자리인 만큼 시민단체가 들러리 서는 역할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고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원탁의 안팎에서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4. 구례 곰 생츄어리 설계 참여
환경부와 구례군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전라남도 구례군에 보호시설을 설계 중입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설계 시작 전부터 프로젝트 진행을 맡은 구례군에 개입을 시작했습니다. 작은 지자체가 비용을 반이나 대며 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관광사업의 일환으로 계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또 하나의 동물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우리의 잔소리를 이해하지 못하던 구례군에서도 차츰 보호시설과 동물원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었고 능동적으로 우리의 조언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기본계획업체에도 꾸준히 자문 역할을 하면서 설계와 운영계획에 참여했고 동물원이 아니라 생츄어리가 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조금 늦었지만, 구례군 사육곰 보호시설은 설계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설계 원안의 비용이 정부예산을 초과하면서 원안대로 만들기는 어렵게 되었지만, 환경부가 사육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빛바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개입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2025년 완공 목표로 서천군에 또 하나의 보호시설을 계획하고 있지만, 구례와 서천의 보호시설이 완공되더라도 지금의 계획대로라면 수용가능한 곰은 120마리뿐입니다. 나머지 240마리가 4년 안에 모두 사라질 수도 없고 그러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사육곰 산업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마음을 놓지 않겠습니다. 생츄어리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계속 공부하면서 불편한 전화를 걸겠습니다.
5.여주 용인사육곰 농가 대응
2021년 10월 용인과 여주에서 사육곰 농장을 운영하던 농장주가 공무집행방해, 동물보호법 위반,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협의로 구속되었습니다. 농장주는 같은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 집행유예 상태였습니다. 사육곰 협회에서도 이 농장주의 막무가내식 도살과 번식 등 불법 행위를 골칫거리로 여기고 있어서 변명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농장주는 감옥에 갔지만, 또 다른 감옥에 갇혀 있는 이 농장의 곰들은 지금 환경부의 지시로 야생생물관리협회에서 돌보고 있습니다. 엽사(사냥꾼) 단체라 우려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동물단체가 직접 돌보는 방법도 제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루기에 따라 사람과 동물 모두 위험해질 수 있는 곰을 돌보기에 엽사들은 나름의 전문성을 가진 집단입니다. 저희는 야생생물관리협회가 한정된 예산으로 곰들을 지키며 사고를 막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모니터링하고 물심양면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농장주의 불법 행위가 잘못되었다고 여기지만, 동시에, 이런 상황을 만든 정부가 사법부와 함께 일방적으로 농장주에게 책임을 덧씌우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농장주들은 정부가 장려하는 산업에 들어가서 곰을 키웠을 뿐이지만, 사육곰 산업을 제도화하고 성행하게 했던 책임은 정부가 더 크게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진작 사육곰 산업을 종식하고 농장주들의 피해를 보상했더라면 곰들에게 비극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농장주는 반복해서 불법 행위를 일삼고 곰들을 괴롭혔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 농장주에게서 곰의 소유권을 넘겨 받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농장주가 풀려나기 전에 주인이 없어진 이 곰들을 합법적으로 피신시키기 위해 연대단체들, 환경부 공무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1심에서 6개월형을 받은 농장주와 검찰은 양측 모두 항소를 한 상황입니다. 임시보호처를 구하고 이송하고 보호하는 과정에도 큰 비용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저희의 예산으로는 엄두를 내지 못할 규모입니다. 역시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조직 기반 마련
1. 사무실
2018년 가을에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를 결성한 이후 제대로 된 사무실 없이 떠돌다 드디어 활동가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모두 후원자님들의 덕입니다. 올해 대림에 있는 사무실에서 회의도 하고, 펀딩 물품 포장도 했습니다. 앞으로 사무실에서 더 많은 일을 해내겠습니다.
2. 사단법인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 상근활동가 1명 채용
2018년 시작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가 드디어 비영리사단법인이 되었습니다. 기부금 영수증 발급이 가능하도록 공익법인 신청을 했고, 2022년에는 후원자 여러분께 기부금 영수증 발급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상근활동가 없이 활동하던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에도 상근활동가가 생겨 예전보다 더 원활하게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타 활동
1.강연
구례군 <반달가슴곰 보호시설 해설사 양성 교육>, 씨티칼리지, 강릉 운산분교에서 사육곰 문제와 생츄어리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2022년에도 다양한 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2. 마이동풍(풍부화 소모임)
중국과 베트남에서 곰 생츄어리를 운영하는 '애니멀스 아시아'가 발간한 핸드북 "생츄어리에서의 반달가슴곰과 말레이곰 관리 및 복지"를 번역하여 관련 단체와 기관에 나눠주고 있습니다.
동물원 동물의 행동과 복지를 연구한 Robert Young의 책 “사육 야생동물을 위한 환경풍부화 Environmental Enrichment for Captive Animals”를 번역했습니다.
3.와디즈 펀딩 모금
더 많은 분들께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와 사육곰이야기를 알리기 위해서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했고, 3148%로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제작원가와 수수료등을 제외하고 16,526,054원이 모였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