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일반][궁곰하네] 겨울잠 자는 곰 깨우면 일어나나요?


Q: 겨울잠 자는 곰 깨우면 일어나나요? 곰이 겨울잠을 자다가 죽을 수도 있나요?

A: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곰의 겨울잠이 사실 진짜 겨울잠(‘true’ hibernation)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이해하고 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곰의 겨울잠은 사실 겨울잠(Hibernation)이 아닌 휴면 내지는 둔화(Torpor) 상태로 정의할 수 있는데요, 물론 춥고 먹이가 부족한 계절에 신진대사 감소를 겪으며 잠을 자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에 빠지는 것은 동일하지만 둘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체온의 변동 폭에 있습니다. 진짜 겨울잠을 자는 포유동물은 보통 32℃ 또는 그 이상의 극적인 체온 감소를 겪는데 반해 곰의 체온은 고작 3~6℃ 정도만 떨어지거든요. 그리고 이러한 차이점이 오늘 답변할 내용인 겨울잠 중 사망률과 각성 여부에서도 차이를 만든답니다.

 

진짜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급격한 체온 변화를 겪는 만큼 겨울잠 상태에 빠지거나 다시 깨어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런 동물들에서는 (물론 깨우는 시기가 언제인지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저희가 잠에 빠진 사람을 깨울 때처럼 일어나라고 툭툭 치고 흔드는 정도로는 바로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순히 외부의 촉각적(일어나라고 흔듦), 청각적(일어나라고 부름) 자극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는 생리적 상태에 빠진 것이니까요.

 

반면 체온이 약간 감소할 뿐인 곰은 그와는 무척 다른데요, 겨울잠에 대해 가장 많은 사례와 연구가 보고되어 있는 아메리카흑곰(Ursus americanus)의 경우 수 분 이내에 완전한 각성 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도 곰은 겨울잠을 자는 굴에서 자주 일어나 움직이는 편인데요, 주로 누운 자세를 고치거나 임신한 암컷의 경우 새끼를 낳아 돌보기 위해서입니다.(곰은 겨울잠을 자는 중에 새끼를 낳습니다.) 또한 굴에 물이 차는 등의 이유로 굴이 망가지는 경우 일어나 굴을 떠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구요.

 

이쯤 되면 겨울잠을 자는 곰을 깨우는 것은 사실상 깊게 잠든 사람을 깨우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생각되는데요, 이렇듯 곰이 겨울잠을 자는 중에도 외부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것은 낮은 체온 감소와 더불어 팔다리로 가는 혈류를 줄이고 뇌와 심장이 있는 상체 위주로 높은 체온을 유지하기 때문에 뇌 활동이 둔화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이 곧바로 활발히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곰의 독특한 단백질 대사 덕분인데요, 겨울잠을 자며 오랜 시간 움직임이 없음에도 곰의 몸은 단백질을 거의 소모하지 않아 근손실을 거의 겪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겨울잠 중 죽는 경우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진짜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의 경우 그 계통이 워낙 다양하고 연구가 어려운 탓에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계통에 따라 높게는 첫 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최대 2/3, 그 이상의 나이에서도 최대 1/2 가량이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곰의 경우는 진짜 겨울잠에 비해 신체적인 부담이 덜 하고, 앞서 본 것처럼 외부의 위협에 비교적 빠르게 대응할 수 있으며, 곰 자체가 천적이 거의 없는 생태계 최상위에 있는 동물이다 보니 사망률이 극히 낮은 편입니다. 다시 아메리카흑곰의 경우 겨울잠을 자다 죽는 경우는 1% 미만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마저도 대부분 겨울잠 중 새로 태어났거나 첫 겨울잠을 자는 새끼의 경우입니다. 원인이 되는 요인들도 굶주림이나 추위보다는 보통 홍수나 경쟁 포식자(늑대, 인간, 또는 겨울잠을 자지 않는 다른 곰)가 더 큰 위협이 된다고 하구요. 오히려 겨울잠에 들어가기 전후 시점의 사망률이 더 높다고 하니 분명 곰의 겨울잠은 죽음의 위험으로부터는 상대적으로 무척 안전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곰 8종 중 4종만 겨울잠을 잡니다. 왼쪽 부터 북극곰-반달가슴곰(아시아흑곰)-불곰(*맨뒤 손올리고 있음)-아메리카흑곰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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