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아무나 동물원을 할 수 있는 나라


동물원에 가본 경험을 떠올려보세요. 그곳에서 어떤 동물을 만나셨어요? 동물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그곳은 정말 동물원이었을까요? 

 

이 글의 독자 중 많은 분이 동물원이라는 곳을 싫어하거나 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갇혀있는 동물과 갇히게 될지도 모르는 야생동물의 입장에서 동물원은 대개 나쁜 곳이 맞습니다. 오랜 세월 서식지의 환경에서 생존하기에 적절한 모습과 성격으로 진화해온 야생동물을 갑자기 사람이 만든 좁은 상자 안에 집어넣는 곳이니까요. 야생동물은 가축처럼 사람이 기르기에 적합하도록 진화한 적이 없습니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동물이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학습하지 못해서 대부분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동물원에서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특별히 배려받고 훈련받은 동물이 아니라면요. 그래서 동물원에서 태어난 야생동물은 동물원에서 계속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거나 덜 고통스럽습니다. 그렇다고 동물원의 환경에 맞게 진화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물원이 동물의 원서식지와 비슷한 환경이어야 합니다. 야생에서의 행동을 표현할 동기도 마련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동물원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겠지요. 한국에는 100개가 넘는 동물원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그중 공영동물원 등 몇 군데를 제외하면 대부분 실내에서 동물을 만지는 소위 체험시설입니다. 동물을 관람객과 가까운 곳에 가둬두어야 만지고 싶을 때마다 만질 수 있겠죠? 야생에서와 같은 환경을 만들고 유지하려면 인력도 비용도 많이 듭니다. 그래서 풀도 자라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는 시멘트 바닥에 두곤 합니다. 서식지의 환경은 커녕 동물학대에 가까운 사육시설이 되고 맙니다.


동물원은 합법적인 기관입니다. 국가가 법으로 그렇게 해도 된다고 인정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동물학대가 이루어지는 기관을 국가가 인정하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요? 당연히 안됩니다. 그러면 왜 한국 정부는 아무나 동물원을 하게 해주는 것일까요?


동물원법이 통과됐던 2016년, 원래의 동물원법 입법안에서는 아무나 동물원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법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동물원 업계의 반발로 동물원법은 누더기가 되어 껍데기만 통과되었죠. 어떻게 보면 동물을 학대하던 동물원의 입장에서 동물원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를 막으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요. 동물을 사거나 얻어오는 방법, 가두는 방법, 기르는 방법, 전시하는 방법, 치료하는 방법, 죽어가는 동물을 다루는 방법을 법으로 정하고 기준을 만들어 동물원 동물을 보호하게 되면 문을 닫아야 할 동물원이 많기 때문입니다.


허울뿐인 동물원법을 보완하는 개정안 여러 개가 국회에 계류되어 있지만, 20대 국회가 끝나가는 지금,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일하지 않고 있습니다. 개정안이 무산되고 동물원법 개정안을 마련했던 사람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있는 것입니다. 국가는 어떤 시설을 동물원으로 인정해야 할까요? 언제나 우리는 나쁜 동물원을 고치거나 없앨 수 있는 제대로 된 동물원법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글을 마칩니다. 

우리는 어떤 곳을 동물원이라 불러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