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서울대공원 동물복지 개선요구 성명서



[성명서]


“쇼핑몰 실내체험동물원으로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양도한 서울대공원에 동물 회수와 공영동물원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지난 12월 서울대공원이 사육하던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을 부산에 새로 개장한 실내체험동물원 캐니언파크로 양도한 사실을 조사·확인하였다. 이에 사건 경위와 함께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점과 서울대공원에 요구하는 사항을 밝히는 바이다.


1. 사건 경위

어웨어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동물원 조사 활동을 수행하던 중 지난 12월 초 서울대공원 유인원관에서 사육 중이던 알락꼬리여우원숭이가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국회 이용득 의원실을 통해 서울대공원이 한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한 수입·반입된 국제적 멸종위기종 양도 신고서를 입수했다. 그 결과 서울대공원이 2019년 11월 21일 부산의 실내체험동물원 캐니언파크로 알락꼬리여우원숭이 7마리를 양도한다는 양도신고서와 12월 3일 알락꼬리여우원숭이 14마리를 대구에 위치한 체험동물원 네이처파크로 양도한다는 신고서를 제출했음을 확인했다.

이용득 국회의원이 서울대공원에 직접 양도 사유를 질의한데 대해 서울대공원은 “선진동물원으로 도약하기 위해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 이하 AZA) 인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 6월 AZA 인증 방문 실사단이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이 하루 20분 야외방사장에 방사되는 시간 외에는 작은 창문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내실에서 사육되므로 동물복지를 훼손한다는 사실에 대해 심각한 지적사항이 있어 동물복지를 증진시키고 선진형 동물 종 및 개체관리를 하기 위해 타 시설로 해당 동물들을 양도했음”을 밝혔다.


2. 동물들이 양도된 캐니언파크의 열악한 사육환경

어웨어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동물들의 상태를 확인하고자 지난 12월 부산 캐니언파크를 총 2회 방문 조사했다. 동물들이 처한 상황은 참담했다. 지난 12월 6일 부산 IFC 쇼핑몰 지하에 개장한 캐니언파크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전형적인 실내동물체험시설로, 동물의 사육환경과 관리 상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수많은 유사동물원 중에서도 열악한 수준이었다. 서울대공원에서 양도된 알락꼬리여우원숭이의 사육환경 역시 동물복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수준이었다. 서울대공원에서 야외 방사 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양도되었지만, 캐니언파크는 지하에서 운영되는 시설로 야외방사장 조성 자체가 불가능하며 자연채광과 외기와는 완전히 차단되어 있는 사육장에서 전시되고 있었다. 사육장 자체에 관람객의 출입이 가능하고 관람객과의 적정한 거리조차 유지되지 않아 관람객이 내는 소음과 시선, 만지려는 행동, 쏟아지는 촬영 세례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은신처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마리는 바닥이 뚫린 케이지에 격리되어 사람의 왕래가 잦은 통로에 방치 상태로 전시되어 있었으며 관람객들이 케이지 사이로 접촉을 시도하는데도 통제하는 관리인원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동물들이 처한 환경도 다르지 않았다. 실내동물원 전체는 생태적 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콘크리트와 나무 마룻바닥, 인조 바위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심지어 벽지로 도배된 벽, 안마의자 등을 사용해 집에서 야생동물을 사육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환경은 동물의 생태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전달할 뿐 아니라 야생동물을 애완화하고 소유해도 된다는 비교육적인 인식을 조장하고 있었다. 창문 형태로 설치된 케이지에서 다람쥐원숭이는 하루 종일 당근 먹이주기 체험에 동원되고 있었고 수달은 뚫린 구멍으로 손을 뻗어 먹이를 받아먹게 하면서 동물원에서 교정을 해도 모자랄 구걸행동을 오히려 유발하고 있었다. 왕뱀(멕시칸블랙킹스네이크)은 사람 손에 들려 장시간 만지기 체험에 사용되고 있었다. 카피바라, 앵무 등은 즐비한 관람객 사이로 무경계·근거리 형태로 전시되고 있었다. 사막에서 굴을 파고 사는 습성이 있는 미어캣은 물이 흐르는 시멘트 바닥에서 은신처 하나 없이 전시되어 있었다. 고양이 체험장에서는 한 번에 수 명의 관람객들이 사육장으로 들어가 동물들을 만지고 장난감 등 물체로 건드리는 등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위협적으로 느끼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동물 사육공간과 벽 하나를 두고 진행되는 마술쇼에서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는 음악소리는 소음 측정 결과 100 데시벨을 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카누 체험시설, 코인노래방 기기 등을 함께 설치해 운영하는 등 보전과 연구 기능을 수행하는 현대동물원과는 관계없는 오락시설로밖에 볼 수 없었다.


3. AZA 규정 위반 사항

서울대공원이 캐니언파크로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을 양도한 사실은 AZA 인증 기준을 위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AZA 인증 기준과 관련 규정(The Accreditation Standards and Related Policies, 2020 editon)’에는 △AZA 회원기관의 동물이 동물을 관리하기 위한 적정한 전문성과 시설이 부족한 개인이나 기관으로 동물이 양도되지 않음을 보장해야 한다. △AZA 회원은 기관이 보호하는 모든 동물이 AZA 기준에 맞는 방법으로 양도, 인도적 안락사, 재도입(재방사)되어야 하며 동물을 적절히 보호할 자격이 없는 곳으로 양도되어서는 안 된다. △AZA 인증기관이 아닌 시설로 양도할 경우 AZA 프로페셔널 펠로우 또는 동물 관리와 복지에 전문성이 있고 양수를 신청한 자와 시설의 현재 운영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의 추천장을 포함한 문서화된 기록을 보유해야 한다. 양수자는 현대동물원 철학과 운영 기준에 의해 개별 동물과 종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문성과 자원을 보유해야만 한다 등의 내용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캐니언파크의 사육 환경이 전시, 관람이 아닌 종 보전, 교육, 연구에 방점을 둔 ‘현대동물원 철학과 운영 기준’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오히려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수준이라는 것은 동물원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캐니언파크는 ‘부산·경남에서 유일하게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볼 수 있는 곳’이라며 해당 동물들을 홍보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동물들을 최소한의 복지기준도 없는 열악한 시설로 내몰면서 획득한 AZA 인증이 과연 누구를 위한 절차인지, 유사동물원에 동물을 공급하는 동물원을 과연 ‘선진동물원’으로 볼 수 있는지 서울시와 서울대공원에 묻고 싶다.


4. 서울대공원의 사회적 책임

서울대공원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우리나라 대표격의 공영동물원으로 동물복지와 윤리 기준을 갖추고 우리나라 야생·전시동물 복지와 동물원 수준 향상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

최소한의 복지기준도 없이 운영되며 동물과 관람객 간 접촉으로 인한 인수공통전염병 발생 문제, 안전사고 위험, 야생동물 애완화 수요 증가로 인한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훼손 문제 등 유사동물원은 동물복지, 공중보건, 생태계 유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개선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 동물원수족관법, 야생생물법 개정안 등의 법안이 발의되어 논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했을 때 시민들이 유사동물원 방문을 지양하고 야생동물과 생태계 보전에 대해 올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데 앞장서야 할 서울대공원에서 오히려 새로 개장하는 수준미달의 시설에 동물을 공급했다는 점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이는 우리나라 동물원 관리 정책의 총체적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으로 제도적으로도 시급히 개선이 필요하다.


5. 요구사항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서울대공원에 요구한다.

하나.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서울대공원에 즉시 회수해 AZA에서 지적한 사항을 반영, 개선한 사육환경에서 사육할 것.

하나. 동물 양도 시 중간 거래상에 전면적으로 위임할 것이 아니라 AZA 기준에 부합하는 동물 양도에 대한 자체적 기준을 수립해 무책임한 양도 재발을 방지할 것.

하나.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동물원이자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 회장사로서 캐니언파크처럼 동물복지를 훼손하고 생물다양성 보전과는 무관한 유사동물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에 협조할 것.

우리는 서울대공원이 올바른 조치를 취해 동물원의 진정한 역할과 야생·전시동물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동물원의 책임에 대한 의미를 바로세우고, 재미와 오락을 위해 야생동물을 생태적 습성과 무관한 환경에서 만지고 먹이를 주는 풍조를 근절하는데 앞장서 줄 것을 기대한다.


2020년 1월 2일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