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츄어리]베트남 생츄어리 견학기 1. 돌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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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생츄어리 세 군데를 다녀온 후기를 1. 돌봄편과 2. 운영편으로 나누어 적습니다. 돌봄편은 화천에서 매일 곰들과 부대끼는 활동가 김민재가 생츄어리에서 일어나는 곰 돌봄 이야기를 전합니다.

수풀이 우거지고 풀과 나무가 무성한 생츄어리에서 곰들의 일상은 아늑하고 여유로웠습니다. 돌봄 활동가들이 방사장의 전기울타리를 확인하고 곰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여러 풍부화물과 방사장 이곳저곳에 먹이를 숨기고 나면 곰들은 드넓은 방사장으로 나갑니다. 그곳에서 곰들은 맘껏 돌아다니며 숨겨진 먹이를 찾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같이 놀고 싶은 친구를 골라 투닥거리며 장난을 칩니다. 실컷 놀고먹은 곰들은 자기가 원하는 곳을 찾아 여유로운 낮잠을 즐깁니다. 곰이 곰답게 행동하며 사는 모습만으로도 이곳의 곰들이 충분한 돌봄을 받으며 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곰들이 방사장에 나가노는 동안 돌봄 활동가들은 사육장을 청소하고 청소가 끝나면 방사장에서의 곰들의 행동과 반응을 관찰하며 남은 일과를 보냅니다. 생츄어리에서는 같은 곰을 매일 지켜보며 하루의 대부분을 관찰에 할애합니다. 어떤 곰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서로 친한 곰은 누구인지 행동에 불편함이 생기진 않았는지 확인하고 관찰내용에 따라 어떤 곰에게는 더 세밀한 돌봄을 고려합니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그 대상을 자주 그리고 오래 들여다보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여건이 되는 선에서 2년 주기로 곰들의 건강검진을 하는데 운이 좋게도 건강검진 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검진 대상인 곰은 의료실로 이동하여 수의사와 간호사의 체크리스트에 따라 혈압 체크, 운동성 확인 등 꼼꼼한 검사를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합니다. 검진이 끝나면 회복실로 이동하여 마취가 풀리기 전까지 수의사가 지켜봅니다. 우리의 곰들도 다들 나이가 많아 늘 건강 상태를 염려하곤 하는데 이렇게 전문적인 장비를 갖춘 곳에서 건강검진을 진행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땅한 의료시설이 없어 시멘트 바닥에 눕혀놓은 채 진료와 처치를 하고 세상을 떠나보냈던 곰들에 대한 미안함은 사라지지가 않습니다.

최근 우리의 최대 관심사인 합사훈련과 새로운 곰을 구조했을 때의 돌봄에 대해서도 많이 질문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화천의 곰들도 겨울에 졸린 곰들이 많아지면서 합사 훈련을 멈췄는데, 이곳에서도 곰들이 예민한 시기인 겨울에는 합사를 시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봄이 오고 따뜻해지면 훈련을 통해 곰들에게 같이 어울리며 지내는 법을 알려줄 생각입니다. 합사훈련을 하기 전에는 넉넉히 먹여 배가 부른 상태여야 한다는데, 우리 곰들도 봄이 오기 전에 얼른 체중감량을 해야겠구나 싶습니다. 지금 화천의 곰들은 더 먹이면 안 될 정도로 겨울 동안 한껏 살이 쪄 포동포동하거든요.

우리는 최선을 다해 곰들을 돌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초록빛의 드넓은 방사장에서 한껏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는 베트남의 곰들을 보고 나니 화천의 곰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낙담이 뒤섞여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여건이 다르니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다가도 곰을 돌보고 있다는 상황은 같은데 곰들이 느끼는 즐거움엔 너무 큰 차이가 있어 주눅 들고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이 욕심이 생츄어리를 짓는 원동력이 되겠지요. 지금은 아쉬움만 가득한 돌봄이지만 우리의 돌봄을 뿌듯하게 자랑할 날을 기다립니다. 반드시 올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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