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6일 발표했던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농장 조사 및 시민 인식 조사 보고서>를 간추려서 네 편에 걸쳐 공유드립니다.
요약 2. 지금, 농장에 갇힌 사육곰의 상태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2019년에 이어 지금 농장에 살고 있는 사육곰의 복지를 평가했습니다. 지난 번과 같은 항목으로 곰이 사는 공간의 면적과 재질, 숨을 곳과 곰이 오를 구조물의 여부, 먹이와 물의 적절성, 곰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다른 곰과 사람에 대한 곰의 상호행동 양식 등을 직접 하나하나 관찰하며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곰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며, 곰과 하나하나 눈을 마주쳤습니다.
전형적인 뜬장 형태
전형적인 초기 콘크리트 사육장 형태
복지 측면에서 2019년의 조사와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농장에 사는 곰들은 삶의 질을 나타내는 모든 면에서 심각한 결핍 상태에 놓여있었습니다. 사육곰 농장에서 곰들이 잘 살 리는 없습니다. 당연히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할 공간들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 사실을 잘 알게 되었고, 더 이상 사육곰이 얼마나 열악하게 지내는지를 강조할 필요도 없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지난 해 야생생물법 개정으로 사육곰 농장이라는 공간을 2025년 말까지 없애기로 결정했습니다.
척추증으로 인해 뒷발을 끌고 다니는 농장의 사육곰. 발가락 패드가 다 쓸려 나갔다.
물을 받는 용도의 구조물. 이제는 낡아서 사용할 수 있는 물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는 이들의 삶이 언제 어떻게 끝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정부가 120~130마리가 수용될 보호시설을 짓기 시작했으나 280마리 중 어느 곰이 살아남아 보호시설로 갈 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농가로부터 곰을 매입할 정부 예산은 0원이고 내년 예산안에도 곰 매입 비용은 들어가지도 못했습니다.
뜬장에 누워 무기력하게 활동가를 응시하는 사육곰
수용시설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농장에 남겨져 도살될 150마리를 어떻게 하면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민간 생츄어리 건립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정부의 곰 매입 예산도 민간 생츄어리를 건립할 자금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희는 현실적으로 정부 보호시설에 들어갈 곰의 조건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농장과 달리 여러 마리의 나이 든 곰이 한 공간에서 지내야 하고, 돌보는 사람과 새로운 관계도 만들어야 하며, 낯선 환경과 먹이에도 다시 적응해야 하는 순간을 잘 견딜 곰을 우선적으로 구조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정된 예산에 맞춰 곰을 '줄'세울 수밖에 없는 이러한 작업은 너무나 끔찍하고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팔이 잘리고 피부병에 걸려 털이 잔뜩 빠진 채로 평생을 뜬장에서 살아가는 사육곰
지금 농장에 남은 사육곰은 모두 ‘반달가슴곰’이라는 종이지만, 그 아래에 ‘아종’ 수준에서는 ‘일본 아종’과 ‘히말라야 아종’으로 크게 나뉩니다. 아시아 각지에서 수입된 곰들이 이미 교잡되어 있기 때문에 정확한 구분은 아닙니다만 한국의 농장에서 두 아종의 차이는 잘 드러납니다. 외모뿐 아니라 사람과 다른 곰에 대한 상호작용에서 서로 다른 행동 양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 아종은 사람에 덜 민감한 대신 다른 곰과 긍정적 상호작용을 하는 데에 소극적이었고, 히말라야 아종은 사람에 공격성을 드러낼 확률이 높은 반면 다른 곰과 잘 지내는 성향이 강했습니다. 이는 보호시설에서 곰을 돌볼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다른 곰과의 상호작용에는 소극적이지만 사람에게 경계심이 낮은 일본 아종
사람에게는 경계심이 높지만 다른 곰들과의 관계는 원만한 히말라야 아종 (오른쪽)
타고난 기질과 더불어 곰의 경험도 중요합니다. 사육곰은 매일 사람과 부대끼는 존재입니다. 사람에 대한 경험의 질과 양에 따라 사람을 무척 적대할 수도, 친근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보호시설에서 적응할 때 사람이 그 과정을 주도하므로 곰이 사람에게서 겪은 경험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다른 곰과도 잘 지낸 경험이 있는지, 다른 곰에게서 나쁜 경험 위주로 했는지, 아예 다른 곰을 겪은 적이 없는지도 구분했습니다. 농장에 따라 곰들은 서로 다른 경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합사되어 살아가는 사육곰들
사람과 사육곰의 상호 관계와 경험
저희가 안타까운 지점은 결국 곰이 ‘사유재산’이라는 점입니다. 먼저 보호시설로 가게 될 곰은 농장주의 곰 매도 의지에 따라 정해질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인간 사회에서 곰은 재산인 동시에 다양한 의미로 관계를 맺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농장주가 사육곰과 사육곰 산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야기하겠습니다.
지난 7월 16일 발표했던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농장 조사 및 시민 인식 조사 보고서>를 간추려서 네 편에 걸쳐 공유드립니다.
요약 2. 지금, 농장에 갇힌 사육곰의 상태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2019년에 이어 지금 농장에 살고 있는 사육곰의 복지를 평가했습니다. 지난 번과 같은 항목으로 곰이 사는 공간의 면적과 재질, 숨을 곳과 곰이 오를 구조물의 여부, 먹이와 물의 적절성, 곰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다른 곰과 사람에 대한 곰의 상호행동 양식 등을 직접 하나하나 관찰하며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곰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며, 곰과 하나하나 눈을 마주쳤습니다.
전형적인 뜬장 형태
전형적인 초기 콘크리트 사육장 형태
복지 측면에서 2019년의 조사와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농장에 사는 곰들은 삶의 질을 나타내는 모든 면에서 심각한 결핍 상태에 놓여있었습니다. 사육곰 농장에서 곰들이 잘 살 리는 없습니다. 당연히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할 공간들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 사실을 잘 알게 되었고, 더 이상 사육곰이 얼마나 열악하게 지내는지를 강조할 필요도 없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지난 해 야생생물법 개정으로 사육곰 농장이라는 공간을 2025년 말까지 없애기로 결정했습니다.
척추증으로 인해 뒷발을 끌고 다니는 농장의 사육곰. 발가락 패드가 다 쓸려 나갔다.
물을 받는 용도의 구조물. 이제는 낡아서 사용할 수 있는 물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는 이들의 삶이 언제 어떻게 끝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정부가 120~130마리가 수용될 보호시설을 짓기 시작했으나 280마리 중 어느 곰이 살아남아 보호시설로 갈 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농가로부터 곰을 매입할 정부 예산은 0원이고 내년 예산안에도 곰 매입 비용은 들어가지도 못했습니다.
뜬장에 누워 무기력하게 활동가를 응시하는 사육곰
수용시설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농장에 남겨져 도살될 150마리를 어떻게 하면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민간 생츄어리 건립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정부의 곰 매입 예산도 민간 생츄어리를 건립할 자금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희는 현실적으로 정부 보호시설에 들어갈 곰의 조건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농장과 달리 여러 마리의 나이 든 곰이 한 공간에서 지내야 하고, 돌보는 사람과 새로운 관계도 만들어야 하며, 낯선 환경과 먹이에도 다시 적응해야 하는 순간을 잘 견딜 곰을 우선적으로 구조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정된 예산에 맞춰 곰을 '줄'세울 수밖에 없는 이러한 작업은 너무나 끔찍하고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팔이 잘리고 피부병에 걸려 털이 잔뜩 빠진 채로 평생을 뜬장에서 살아가는 사육곰
지금 농장에 남은 사육곰은 모두 ‘반달가슴곰’이라는 종이지만, 그 아래에 ‘아종’ 수준에서는 ‘일본 아종’과 ‘히말라야 아종’으로 크게 나뉩니다. 아시아 각지에서 수입된 곰들이 이미 교잡되어 있기 때문에 정확한 구분은 아닙니다만 한국의 농장에서 두 아종의 차이는 잘 드러납니다. 외모뿐 아니라 사람과 다른 곰에 대한 상호작용에서 서로 다른 행동 양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 아종은 사람에 덜 민감한 대신 다른 곰과 긍정적 상호작용을 하는 데에 소극적이었고, 히말라야 아종은 사람에 공격성을 드러낼 확률이 높은 반면 다른 곰과 잘 지내는 성향이 강했습니다. 이는 보호시설에서 곰을 돌볼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다른 곰과의 상호작용에는 소극적이지만 사람에게 경계심이 낮은 일본 아종
사람에게는 경계심이 높지만 다른 곰들과의 관계는 원만한 히말라야 아종 (오른쪽)
타고난 기질과 더불어 곰의 경험도 중요합니다. 사육곰은 매일 사람과 부대끼는 존재입니다. 사람에 대한 경험의 질과 양에 따라 사람을 무척 적대할 수도, 친근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보호시설에서 적응할 때 사람이 그 과정을 주도하므로 곰이 사람에게서 겪은 경험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다른 곰과도 잘 지낸 경험이 있는지, 다른 곰에게서 나쁜 경험 위주로 했는지, 아예 다른 곰을 겪은 적이 없는지도 구분했습니다. 농장에 따라 곰들은 서로 다른 경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합사되어 살아가는 사육곰들
사람과 사육곰의 상호 관계와 경험
저희가 안타까운 지점은 결국 곰이 ‘사유재산’이라는 점입니다. 먼저 보호시설로 가게 될 곰은 농장주의 곰 매도 의지에 따라 정해질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인간 사회에서 곰은 재산인 동시에 다양한 의미로 관계를 맺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농장주가 사육곰과 사육곰 산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