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캠페인 Campaigns]폭염 속 철창과 구조되지 못한 시간

지난 7월 27일, 녹색연합 활동가들과 함께 사육곰 농장 세 군데를 다녀왔습니다. 그날 서울의 최고기온은 38도. 말 그대로 작열하는 태양 아래,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르 흐르던 날이었습니다. 곰을 단단히 가두기 위해 농장마다 빽빽하게 철창이 쳐져 있었고, 그 앞에 다가서는 것만으로도 공기가 더 덥게 느껴집니다. 뜨겁게 달궈졌을 철창은 감히 손을 대기조차 두려울 정도였습니다.

한 농장의 사육장 안에는 곰이 제대로 물을 마실 수 있는 구조물조차 없었습니다. 물을 담는 통은 수리할 때마다 곰이 곧장 부숴버린다며, 이제는 아예 담아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아침저녁 하루 두 차례, 깨진 콘크리트 물그릇에 물을 뿌려주는 것이 전부라고 했습니다. 곰들은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는 그릇에 부어주는 물을 황급히 핥아먹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마저도 태양이 내리쬐는 낮 시간에는 물을 구경할 수조차 없습니다.

화천에서 곰을 돌보는 활동가들은 오늘처럼 비 오는 날이 더 힘들다고 말합니다. 비에 젖고 몸이 무거워져서 일을 하기가 몹시 고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조차 마음껏 마시지 못하는 곰들을 떠올릴 때면, 차라리 짧은 소나기라도 세차게 퍼부었으면 좋겠다는 복잡미묘한 심정을 갖게 됩니다.

그 농장주에게도 한때는 망가진 물그릇을 계속 수리해보려 했던 시절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사육곰 산업이 지난하게 이어지는 동안, 그는 더 이상 물그릇을 고칠 시도조차 하지 못할 만큼 늙어버렸습니다. 농장주는 곰 일을 빨리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고, 우리는 고통받는 곰을 당장이라도 그 철창에서 꺼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곰을 매입할 돈이 없어서, 곰을 넣을 공간이 없어서 결국 오늘도 뜨거운 철창 안에 남은 곰들을 뒤로한 채 에어컨이 켜진 차 안으로 도망치듯 올라타야 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남쪽에서 곰을 돌보는 또 다른 농장주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정부 보호시설 건립 논의가 막 시작되었을 무렵부터 자신의 곰 12마리를 무상 기증하겠다고 여러 차례 의사를 밝혀온 분입니다. 구례 공영보호시설의 입식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그는 정말 더 이상은 곰을 돌볼 수 없다며 “제발 어디든 데려가 달라”고 절규에 가까운 호소를 전해왔습니다. “곰도 생명이잖아요… 그냥 굶겨 죽일 수는 없잖아요.”

정부에 곰을 데려가라고 요청한지 벌써 3년 째, 값을 받을 수도 없는 곰들의 배설물을 치우고 밥과 물을 챙기러 산자락 끝의 시설까지 오르내릴 그의 매일을 생각하면 머릿속이 아득해집니다. 그러나 정부 시설이 아니면 지금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포함해 어디에도 당장 곰들을 수용할 적절한 공간은 없습니다. 그저 “고생이 많으시다, 더 긴밀히 논의하겠다”는 말로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육곰 산업을 풀어가는 과정에는 분명 거쳐야 할 순서들이 있고 따라야 할 절차들이 있습니다.하지만 그 너머에는 여전히 고통받는 곰과 절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을 불쑥불쑥 마주할 때마다 느껴지는 조급함과 무력함을 이겨내는 일이 오늘도 무겁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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