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Others]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2024년 돌아보기


모든 경험과 역사는 항상 우리에게 처음 일어납니다. 대통령을 탄핵한 경험이 우리에게 있지만 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대통령을 탄핵하는 일은 처음이고, 몇 번의 비행기 추락 사고를 목격했지만 2024년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처음입니다. 다시 겪어도 연습이 되지 않을 일입니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우리는 그런 일이 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육곰에게 일어난 일을 수습하는 사람들입니다. 비명이 사방에 만연하지만 그 안에서 떨리는 손을 맞잡고 슬퍼하며 해야 할 일을 떠올립니다. 꼭 쥔 손이 떨려 추모와 애도조차 어려운 세밑에 지나가는 한 해를 돌아봅니다. 


1. 화천 곰들은 잘 지냅니다.

지난 겨울 화천에서는 처음으로 겨울잠을 시도했습니다. 곰에게 겨울잠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독한 추위와 우리 상상의 영역 밖에 있는 허기를 견뎌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야생동물에게 자연스러운 삶이 인위적 환경에서 의도적으로 주어질 때,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던 동물복지가 저해될 수 있습니다. 결국 곰들은 모두 무사히 깨어났지만 그 겨울잠 시간이 곰들에게 어땠는지, 아마도 우리는 영원히 정확하게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비단 겨울잠 자는 시간이 아니라도 우리의 ‘보호’는 내내 그럴지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는 곰들이 보내는 신호에 최선을 다해 반응하며 화천에서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계절을 보내고 다시 겨울잠 준비 중입니다.


2. 사육곰 농장 조사

2019년 전국 사육곰 농장을 조사했고, 2024년에 다시 한번 농장을 돌았습니다. 5년 만의 조사에서, 곰도 농장도 사라지는 중이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세상이 알지 못하는 어느 구석에서 탄생과 죽임, 처절한 생존이 반복되고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고스란히 기록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철창 바깥에서 사람들이 법을 바꾸고 사육곰을 보호할 거라고 기사를 쓰는 동안, 철창 안의 곰들은 아무런 희망을 갖지 못한 채 다시 하루를 견디는 중이었습니다. 사육곰 산업의 불법화를 불과 1년 앞두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눈빛과 숨소리를 세상에 전하는 발표회도 열었습니다. 


3. 동물권행동 카라와의 연대 중단

저희는 동물권행동 카라와 함께 2021년 화천의 곰들을 맡아서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상근활동가 한 명 없는 작은 단체였기 때문에 큰 단체의 연대가 필요했습니다. 3년여 동안 카라 활동가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화천을 드나들며 화천의 보호시설을 저희와 함께 꾸렸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카라에서는 동료활동가들에 대한 노동탄압 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우리는 동료활동가들이 조직한 노동조합을 지지하며 카라의 지원을 거부하고 연대를 중단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카라는 아직 민주적인 조직을 만들지 못하고 노조를 만든 활동가들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을 기다립니다.


4. 푸바오 논란과 에버랜드에 대한 항의

에버랜드는 중국에서 임대한 판다를 번식시켜 ‘푸바오’라는 대스타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그 유명세와 상업적 이용만큼 잘 돌보지는 못했습니다. 푸바오 팬덤은 단지 전시동물을 소비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전시동물의 복지를 걱정하게 되었고, 우리도 그 우려를 함께하며 에버랜드에 항의했습니다. 그 후 푸바오는 중국으로 옮겨져 여전히 전시되고 있고, 에버랜드 역시 상업적 전시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물 팬덤이 동물복지에 관심이 갖기 시작한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5. 여러분과의 만남을 좀 더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강의와 영화<생츄어리>GV, 화천 방문 행사 등으로 여러분과 직접 만나는 기회를 더 자주 만들었습니다. 어느 해보다 “직접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곰 돌보는 3.5명과 사무국 1.5명이 만들 수 있는 최대한의 만남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성장하고 상근활동가가 늘어나면 여러분과 반갑게 만날 날이 더 많아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