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및 캠페인]화천을 찾아주신 후원회원께 고맙습니다


가을 안개에 단풍이 젖은 어제, 화천에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후원회원님들을 초대해서 곰과 곰 돌보는 사람들이 지내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날이었습니다. 작은 버스도 빌리고 먹거리와 프로그램을 나름대로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가장 반가운 마음으로 만날 수 있을지 두근거리며 고민을 했습니다.

버스에서 이제는 꽤 익숙해진 화천 곰들의 이름을 미리 하나씩 확인하고, 영상으로만 만나던 곰들을 직접 만나는 참가자들의 얼굴은 상기되어 보였습니다. 아마 저희 카메라를 통해 늘 보여드리던 곰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곰 풍부화물에서 각자의 스타일대로 먹이를 빼먹는 곰들을 대면하면서 ‘신기하다’는 감각을 느끼시는 것 같았습니다. 곰들은 낯선 이들의 등장에 신경을 아주 안 쓰지는 않았지만, 내내 인간의 등장에 익숙한 곰답게 제법 태연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참가자마다 곰 하나씩 풍부화용 종이포대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맛있는 간식도 넣어서 선물할 기회가 있었고요. 여전히 좁은 공간에서 사람과 부대끼며 지내야 하는 곰들을 안쓰러워하시는 마음이 어떤 방식으로든 곰의 방식으로 그들에게 조금씩 전달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아직 부실한 시설이라 손님들도 곰처럼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도시락을 까먹어야 했지만, 곰이 짚과 해먹으로 침대를 삼듯 돗자리를 펴고 담소를 나누는 시간도 좋았습니다. 자리가 불편해서 저희의 가벼운 일상 정도를 나누려고 하던 계획이었는데, 사육곰이라는 존재와 ‘가축’의 의미, 사육곰 종식 정책의 문제점과 같은 무겁고 깊은 이야기들이 술술 나와서 하늘이 트인 공간을 가득 메웠고요. 저희 활동을 깊이 이해하고 계신다는 것에 큰 위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너무 좋은 기회였다고, 앞으로 정기적인 방문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냐는 질문을 주신 분이 계셨는데요. 아직 저희 역량이 든든하지 못해서 그러겠다는 대답은 하지 못했지만, 저희에게도 필요한 자극이 되는 행사인 것 같아서 종종 문을 열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분들께 곰의 공간을 열어드릴 기회를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