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산업 종식 ]봄날, 산에서 사살된 곰의 죽음에 부쳐


봄날, 산에서 사살된 곰의 죽음에 부쳐


지난 해 11월 용인 사육곰 농장을 탈출한 곰은 다섯 마리였습니다. 그 중 두 마리는 제 발로 사육장에 다시 들어갔고 두 마리는 사살됐으며, 나머지 한 마리가 어제 마지막으로 사살되었습니다. 열린 문으로 걸어 나온 지 다섯 달 만입니다.


짧은 생 내내 땅에서 두 뼘 떨어진 뜬장 위에서 구경만 하던 땅을 발바닥으로 온전히 딛었던 곰이 어떤 감정을 느끼며 다섯 달을 지냈을 지 우리는 짐작만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흙바닥과 그곳에 쌓인 나뭇가지, 나뭇잎을 밟으며 흠칫 놀랄 만큼 새로운 감촉에 다리가 후들거렸을 지 모릅니다. 함께 살던 곰 두 마리가 사살되는 총소리도 들었겠지요. 자신을 좇으며 뜨겁게 내뿜는 사냥개들의 입김은 분명한 위협이었을 것입니다. 


역시 짐작하건대, 이 곰은 12월의 어느 날부터 몹시 졸렸을 것입니다. 양질의 먹이는 아니지만 열량으로는 부족함 없던 먹이를 먹고 가을 동안 살을 찌운 상태였을 것입니다. 몸의 시계가 시키는 대로 쏟아지는 잠 때문에 안전하게 겨울잠 잘 곳을 골랐을 것입니다. 잠자리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한 번도 배운 적 없었지만, 그 장소는 결국 사냥개들도 찾아내지 못한 훌륭한 장소였습니다. 철창이 아닌 곳에서의 겨울잠은 달콤했을까요?


봄은 다시 곰에게 알람이 되어 잠을 깨웠을 것입니다. 새순이 돋는 소리를 들었을까요? 어디로 가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지만 배가 고파 돌아다녔을 곰은 이내 사람의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3월, 이 곰은 무인카메라에 찍혔고, 길목에는 생포를 위한 통덫이 놓였습니다. 지리산에서 복원 중인 곰들을 잡기 위해 사용되는 덫입니다. 가급적 곰을 사살하지 않겠다는 포획단의 의지였습니다. 그러나 곰은 큰 차도를 건넜고 덫이 없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자신을 잡기 위해 산이 변하는 것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산에서 맞는 첫 봄에 무엇이 맛있는지 익혀가던 중이었을 겁니다. 어쩌면 여전히 어미에게 배우지 못한 탓에 주린 배를 채우려 민가로 내려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평생 살던 농장과 10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람의 눈에 띄었고 총을 든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다른 동물을 죽이고 싶도록 만들어진 사냥개들은 곰을 발견하고 달려가 곰과 뒤엉켰습니다. 사냥꾼은 개와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상황에서 방아쇠를 당겼고, 곰에게는 모든 경험과 감정이 끝났습니다.


산 채로 잡혔다면 다시 농장으로 돌아가야 했던 곰이 산에서 죽었습니다. 철창 안에서의 비극적 삶이 예기치 않은 경험으로 끝난 것이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곰이 선택한 적 없는 두 개의 운명 모두 좌절과 실패로 가득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야생동물을 합법적으로 가두어 기른 탓에,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에게는 좋은 결말이 없습니다. 생츄어리를 만들어 돌보지 않는 이상, 곰에게도 곰의 운명을 둘러싼 사람에게도 선택지는 모두 비극입니다.



어제 사냥개들과 싸우다 총에 맞은 시각,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화천의 사육곰 농장에서 곰들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봄날 지천으로 핀 새순과 꽃을 따다 곰에게 주었고 곰들은 내음을 맡고 맛을 보기도 했습니다. 봄은 야생의 반달가슴곰들이 데워지는 땅을 온몸으로 느끼고 그 에너지를 받아 번창하는 계절입니다. 어제 죽은 곰에게도 그 봄이, 죽기 직전까지 충만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