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에는 3월 말까지 눈폭탄이 내리고 전국에서 기승인 산불은 아직도 다 잡혔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습니다. 지구 곳곳에서 재난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에도 결국 봄은 오고 말겠지요. 봄인가 싶어 깨어났다가 눈을 마주한 곰들은 늦잠자는 우리들마냥 다시 짧은 단잠을 자다가 이제야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겨울철 조용히 흐르던 곰들과 활동가들의 일상도 봄을 틔우는 새싹처럼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매년 겨울이면 곰들이 잠들고 깨어나기를 반복하지만 활동가들은 항상 마음을 졸이며 봄을 맞이합니다. 나이 많은 곰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굴밖으로 나오지 못하는건 아닐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번 봄에 깨어나지 못한 곰은 없었습니다. 겨우내 몸을 부비던 볏짚을 얼굴에 잔뜩 묻히고 일어난 알코의 얼굴에서 봄의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곰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만들어주기 위해 응원해주시는 반디님들 덕분에 올해 더 넓은 곰숲을 만들려고 합니다. 자연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크기이지만, 좁은 철장에서 먹고자는 곰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공간입니다. 반디님들의 마음을 담아 하나하나 차곡차곡 곰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가겠습니다.
* p.s
반디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애칭으로 반달가슴곰 + 버디(Buddy)를 합친 단어
🐻 NEWS
✔ 곰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났어요!
꽃샘추위가 기승이라지만 하늘은 푸르고 옷차림은 가벼워지고 나무들 사이에선 초록이 눈에 띕니다. 화천의 곰들도 기가 막히게 봄을 알아차리고 슬금슬금 내실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더니 사육장 바닥에 드러누워 햇볕을 맞으며 낮잠을 자고 기다렸다는 듯 부지런히 먹이를 먹습니다.
곰들의 리듬에 맞게 활동가들의 몸도 바빠질 때가 왔습니다. 한껏 느긋하고 여유로웠던 겨울이 벌써부터 그리워지지만 생동하는 봄과 함께 바삐 움직일 생각을 하면 올해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떨리는 마음입니다. 곰도 인간도 겨우내 한껏 웅크리고 있던 몸을 일으켜 쭈욱 기지개 켜고 겨울을 마무리해봅니다.
쌔까만 털옷을 입고 포동포동 살 찐 모습으로 곰숲을 거니는 알코를 보고 있으면 발등을 핥는 정형행동 때문에 털이 다 빠져 앞발이 앙상했던 알코의 옛 모습이 생경하게 느껴집니다. 늘 배가 고픈듯 사람만 보면 허겁지겁 가까이 다가와 입을 벌리곤 했던 알코가 이제는 사람을 앞에 두고도 느긋이 자거나 물놀이를 즐기는 곰이 된 것도요. 알코의 날들엔 앞으로 무엇이 주어질까요? 더 넓은 곰숲, 새로운 장난감, 낯설지만 먹어볼만한 과일과 채소들을 경험하며 우리가 몰랐던, 아마 알코도 모르고 있었던 알코의 여러 모습을 맘껏 마주하고 싶습니다.
봄이 시작되는 입춘이 지났지만, 여전히 추운 2월입니다. 소복히 쌓인 눈을 보면 마치 계절이 멈춘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아직 차가운 날씨에 다가올 봄이 멀게만 느껴지는 오늘도, 곰들과 활동가들의 시간은 조용히 흐르고 있습니다.
활동가들은 매일 cctv를 돌려보며 곰들을 기다립니다. 정지된 듯한 화면을 지켜보다 지루해질 때쯤 곰들이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습니다. 자다 일어난 곰들은 웅크렸던 몸을 쭈욱 펴기도 하고, 사육장에 쌓인 눈을 열심히 먹으며 목을 축입니다. 그리고 다시 자기 잠자리를 정비하고 잠을 자러 떠납니다. 화면에서 사라지는 곰들을 보면 다행이다 싶으면서,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저희들만큼이나 반디님도 곰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많이 궁금하실 텐데요. 곰들이 잘 자고 있는지 또 활동가들은 곰을 재우고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이번 뉴스레터에는 조용히 흘러가는 곰보금의 시간을 담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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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
✔ 1월 24일, 라미의 날을 함께 축하해주세요!
동글동글한 두상과 짧은 주둥이, 짤막하고 통통한 체형의 라미는 이름 또한 '동그라미'에서 따왔습니다. 라미에게 이름 붙이며 앞으로의 삶이 둥글둥글하길 원했던 바람 덕인지 라미는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고, 먹는 양에 비해 살이 잘 찌는 곰입니다.
둥글둥글한 체형처럼 다른 곰들과의 관계도 둥글둥글하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신 라미는 풍부화물 쓰기에 능숙한 곰이라 혼자만의 시간이 덜 지루해보입니다. 생수통 안에 든 먹이를 빼먹기 위해 입으로 생수통을 물고 고개를 뒤로 젖히는 모습은 열 세마리 곰들 중 라미만이 보여주는 기발한 모습입니다.
화천 곰들 중 유일하게 물탱크 안에서 동면을 시작한 라미는 물탱크 안에서 몸을 웅크린 채 진짜 '동그라미'가 되었습니다. 세모, 네모, 동그라미 어떤 모양새로든 라미는 라미답게 즐거운 나날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총회는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여섯 번째 정기총회이자 첫 오프라인 총회였습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성장하는 바람에 회원과의 만남이 주로 온라인 세상에서 열렸는데 이제 직접 뵙는 날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여느 총회처럼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의논하는 자리였습니다. 지난 2024년 활동을 참가자들께 보고하고 2025년에 하려는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예결산안과 정관 개정안 승인 등 사무적인 안건들에까지도 진지한 제안과 질문을 더해주시며, 예상을 훌쩍 넘겨 두 시간 넘게 풍부한 논의를 나누었습니다.
함께하는 일은 늘 복잡하고 어렵지만 우리가 이어져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습니다.
‘산천어 축제’를 준비하는 매년 12월 무렵이면, 조용하던 화천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집니다. 축제 일정을 알리는 커다란 안내판이 걸리고, 산천어 모양의 눈부신 등불이 읍내 곳곳을 가득 메워 ‘선등거리’를 조성합니다. 수영장, 마트, 목욕탕 어디를 가도 주민들의 대화에는 산천어 축제 이야기가 한마디씩 곁들여집니다.
비인간동물의 복지를 고민하는 인간에게 이런 떠들썩함이 유쾌할 리 만무합니다. 화천에 살지도 않는 산천어를 양식장에서 길러와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낚시에 수월하도록 굶기고, 살아 움직이는 것을 억지로 몰아넣고 낚아채며 '손맛'이나 '재미'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저 동물학대 놀이로 여겨질 뿐입니다.
놀이로 포장된 동물학대가 언제까지고 지역을 살리는 동아줄이 될 수는 없습니다. 지역을 위한다면 안일한 태도로 과거를 답습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윤리를 지키는, 동물에 대한 폭력을 재미 삼지 않는 방식의 축제를 모색하길 촉구합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 최태규입니다. 겨울과 함께 찾아온 일상의 흔들림이 오늘에서야 일단락되고, 우리의 혼란스러운 일상도 조금 진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엄동설한을 거리에서 보내야 했던 시간은 팬데믹 수준의 내란성 독감과 집중력 저하를 던져놓고는 어김없이 흘러갑니다. 싸움이 끝난 것 같다가도 평온은 늘 다시 깨어지고 숱한 갈등과 부대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인 것 같습니다. 그저 평온을 향해 가는 길을 내내 찾는 것이 우리의 일이 아닌가 합니다.
캄캄한 겨울 밤 얼음장 같은 길바닥에 앉아 곰의 겨울을 생각합니다. 그 겨울잠을 생각합니다. 철문이 땡땡 얼어붙는 추위가 오면 곰을 굶기고, 밥이 들어오지 않자 굴 속으로 자러 들어가는 곰을 생각합니다. 겨울잠은 분명 곰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연스러움이라는 삶의 조건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인위적 공간에서 자연스러운 추위와 굶주림을 곰에게 준다는 것은 곰의 복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늘 조마조마한 일입니다. 우리는 짚을 한가득 넣어주고 CCTV로 겨울잠의 매분 매초를 확인하지만, 쏟아지는 졸음과 허기를 곰은 무엇으로 느끼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 그저 기록하며 시간을 흘립니다.
어떤 삶이 곰과 인간에게 살 만한 삶인지 아마 우리는 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저 법으로 정해 동물과 인간에게 보장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삶의 질이란 것과 각자가 지향하는 평온 혹은 축제 사이에서 끝없이 부딪치고 싸워야 할 것입니다. 인간의 삶에서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고 하여 갇힌 동물에게도 그런 삶을 줘도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싶은데요. 결국 올해도 결론은 손에 쥐지 못한 채, 곰들을 등에 업고 길을 찾아가다가 흘러갈 것 같습니다. 그 여정을 곁에서 지켜봐주셔서 항상 고마운 마음입니다.
* p.s
반디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애칭으로 반달가슴곰 + 버디(Buddy)를 합친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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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긴긴밤
화천 곰들 세상의 긴긴밤이 시작되었습니다. 한번 해 본 일이라고 이번 겨울잠 준비는 지난번보다 좀 더 수월하게, 좀 덜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화천의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 있을만큼 뚱뚱하되 비만이 되지는 않도록 매달 혹은 2주에 한번씩 곰들의 체중을 재며 식단을 조절하고 곰들의 상태를 지켜봤습니다. 그렇게 가을 내내 열심히 먹이며 살 찌운 덕에 곰들은 일년 중 가장 풍족한 몸으로 겨울잠을 시작했습니다. 겨울잠을 준비하는 곰들의 똥에서 여러마리의 기생충이 나오는 것을 보며 지난번 동면 준비과정에서 보았던 곰들의 몸의 변화를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곰이라는 동물이 어떤 리듬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눈으로, 몸으로 익히는 경험들이 제게 쌓이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합니다. 먹이를 끊고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가 찾아오자 모든 곰들은 잠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따금 탱이에서 벗어나 눈을 핥아 먹거나 볏짚을 모으며 탱이를 재정비한 후 다시 잠에 빠집니다. 돌보는 인간들은 CCTV를 통해 곰들의 변화를 관찰하며 곰들의 두 번째 겨울잠을, 긴긴밤에 빠진 곰들의 세상을 들여다보려합니다.
지난 겨울 화천에서는 처음으로 겨울잠을 시도했습니다. 곰에게 겨울잠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독한 추위와 우리 상상의 영역 밖에 있는 허기를 견뎌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야생동물에게 자연스러운 삶이 인위적 환경에서 의도적으로 주어질 때,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던 동물복지가 저해될 수 있습니다. 결국 곰들은 모두 무사히 깨어났지만 그 겨울잠 시간이 곰들에게 어땠는지, 아마도 우리는 영원히 정확하게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비단 겨울잠 자는 시간이 아니라도 우리의 ‘보호’는 내내 그럴지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는 곰들이 보내는 신호에 최선을 다해 반응하며 화천에서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계절을 보내고 다시 겨울잠 준비 중입니다.
✔ 사육곰 농장 조사
2019년 전국 사육곰 농장을 조사했고, 2024년에 다시 한번 농장을 돌았습니다. 5년 만의 조사에서, 곰도 농장도 사라지는 중이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세상이 알지 못하는 어느 구석에서 탄생과 죽임, 처절한 생존이 반복되고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고스란히 기록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철창 바깥에서 사람들이 법을 바꾸고 사육곰을 보호할 거라고 기사를 쓰는 동안, 철창 안의 곰들은 아무런 희망을 갖지 못한 채 다시 하루를 견디는 중이었습니다. 사육곰 산업의 불법화를 불과 1년 앞두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눈빛과 숨소리를 세상에 전하는 발표회도 열었습니다.
✔ 동물권행동 카라와의 연대 중단
저희는 동물권행동 카라와 함께 2021년 화천의 곰들을 맡아서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상근활동가 한 명 없는 작은 단체였기 때문에 큰 단체의 연대가 필요했습니다. 3년여 동안 카라 활동가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화천을 드나들며 화천의 보호시설을 저희와 함께 꾸렸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카라에서는 동료활동가들에 대한 노동탄압 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우리는 동료활동가들이 조직한 노동조합을 지지하며 카라의 지원을 거부하고 연대를 중단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카라는 아직 민주적인 조직을 만들지 못하고 노조를 만든 활동가들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을 기다립니다.
✔ 푸바오 논란과 에버랜드에 대한 항의
에버랜드는 중국에서 임대한 판다를 번식시켜 ‘푸바오’라는 대스타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그 유명세와 상업적 이용만큼 잘 돌보지는 못했습니다. 푸바오 팬덤은 단지 전시동물을 소비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전시동물의 복지를 걱정하게 되었고, 우리도 그 우려를 함께하며 에버랜드에 항의했습니다. 그 후 푸바오는 중국으로 옮겨져 여전히 전시되고 있고, 에버랜드 역시 상업적 전시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물 팬덤이 동물복지에 관심이 갖기 시작한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 여러분과의 만남을 좀 더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강의와 영화<생츄어리>GV, 화천 방문 행사 등으로 여러분과 직접 만나는 기회를 더 자주 만들었습니다. 어느 해보다 “직접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곰 돌보는 3.5명과 사무국 1.5명이 만들 수 있는 최대한의 만남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성장하고 상근활동가가 늘어나면 여러분과 반갑게 만날 날이 더 많아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꽃샘추위가 기승이라지만 하늘은 푸르고 옷차림은 가벼워지고 나무들 사이에선 초록이 눈에 띕니다. 화천의 곰들도 기가 막히게 봄을 알아차리고 슬금슬금 내실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더니 사육장 바닥에 드러누워 햇볕을 맞으며 낮잠을 자고 기다렸다는 듯 부지런히 먹이를 먹습니다.
곰들의 리듬에 맞게 활동가들의 몸도 바빠질 때가 왔습니다. 한껏 느긋하고 여유로웠던 겨울이 벌써부터 그리워지지만 생동하는 봄과 함께 바삐 움직일 생각을 하면 올해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떨리는 마음입니다. 곰도 인간도 겨우내 한껏 웅크리고 있던 몸을 일으켜 쭈욱 기지개 켜고 겨울을 마무리해봅니다.
- 화천의 겨울 마무리하기👆
쌔까만 털옷을 입고 포동포동 살 찐 모습으로 곰숲을 거니는 알코를 보고 있으면 발등을 핥는 정형행동 때문에 털이 다 빠져 앞발이 앙상했던 알코의 옛 모습이 생경하게 느껴집니다. 늘 배가 고픈듯 사람만 보면 허겁지겁 가까이 다가와 입을 벌리곤 했던 알코가 이제는 사람을 앞에 두고도 느긋이 자거나 물놀이를 즐기는 곰이 된 것도요.
알코의 날들엔 앞으로 무엇이 주어질까요? 더 넓은 곰숲, 새로운 장난감, 낯설지만 먹어볼만한 과일과 채소들을 경험하며 우리가 몰랐던, 아마 알코도 모르고 있었던 알코의 여러 모습을 맘껏 마주하고 싶습니다.
- 알코 담아보기👆
💌 곰 돌보는 인간들 ep.08 봄은 곰을 깨우고
저희들만큼이나 반디님도 곰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많이 궁금하실 텐데요. 곰들이 잘 자고 있는지 또 활동가들은 곰을 재우고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이번 뉴스레터에는 조용히 흘러가는 곰보금의 시간을 담아 보냅니다.
동글동글한 두상과 짧은 주둥이, 짤막하고 통통한 체형의 라미는 이름 또한 '동그라미'에서 따왔습니다. 라미에게 이름 붙이며 앞으로의 삶이 둥글둥글하길 원했던 바람 덕인지 라미는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고, 먹는 양에 비해 살이 잘 찌는 곰입니다.
둥글둥글한 체형처럼 다른 곰들과의 관계도 둥글둥글하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신 라미는 풍부화물 쓰기에 능숙한 곰이라 혼자만의 시간이 덜 지루해보입니다. 생수통 안에 든 먹이를 빼먹기 위해 입으로 생수통을 물고 고개를 뒤로 젖히는 모습은 열 세마리 곰들 중 라미만이 보여주는 기발한 모습입니다.
화천 곰들 중 유일하게 물탱크 안에서 동면을 시작한 라미는 물탱크 안에서 몸을 웅크린 채 진짜 '동그라미'가 되었습니다. 세모, 네모, 동그라미 어떤 모양새로든 라미는 라미답게 즐거운 나날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 라미 담아보기👆
이번 총회는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여섯 번째 정기총회이자 첫 오프라인 총회였습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성장하는 바람에 회원과의 만남이 주로 온라인 세상에서 열렸는데 이제 직접 뵙는 날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여느 총회처럼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의논하는 자리였습니다. 지난 2024년 활동을 참가자들께 보고하고 2025년에 하려는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예결산안과 정관 개정안 승인 등 사무적인 안건들에까지도 진지한 제안과 질문을 더해주시며, 예상을 훌쩍 넘겨 두 시간 넘게 풍부한 논의를 나누었습니다.
함께하는 일은 늘 복잡하고 어렵지만 우리가 이어져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습니다.
- 총회 자료집 확인하기👆
- 총회 후기 자세히 보기👆
- 산천어 축제에 고민 더하기👆
💌 곰 돌보는 인간들 ep.07 곰들이 잠든 사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
화천 밖 다른 사육곰을 만나러 가고 🥾
우리만의 비밀 장소로 떠나기도 해요 🏔️
화천 시설이 아닌 집에서
조금은 다른 모습의 돌봄에 들어간 활동가들! 💪
달라진 우리의 일상을 함께 만나보세요! 🐻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 최태규입니다. 겨울과 함께 찾아온 일상의 흔들림이 오늘에서야 일단락되고, 우리의 혼란스러운 일상도 조금 진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엄동설한을 거리에서 보내야 했던 시간은 팬데믹 수준의 내란성 독감과 집중력 저하를 던져놓고는 어김없이 흘러갑니다. 싸움이 끝난 것 같다가도 평온은 늘 다시 깨어지고 숱한 갈등과 부대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인 것 같습니다. 그저 평온을 향해 가는 길을 내내 찾는 것이 우리의 일이 아닌가 합니다.
화천 곰들 세상의 긴긴밤이 시작되었습니다.
한번 해 본 일이라고 이번 겨울잠 준비는 지난번보다 좀 더 수월하게, 좀 덜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화천의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 있을만큼 뚱뚱하되 비만이 되지는 않도록 매달 혹은 2주에 한번씩 곰들의 체중을 재며 식단을 조절하고 곰들의 상태를 지켜봤습니다. 그렇게 가을 내내 열심히 먹이며 살 찌운 덕에 곰들은 일년 중 가장 풍족한 몸으로 겨울잠을 시작했습니다. 겨울잠을 준비하는 곰들의 똥에서 여러마리의 기생충이 나오는 것을 보며 지난번 동면 준비과정에서 보았던 곰들의 몸의 변화를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곰이라는 동물이 어떤 리듬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눈으로, 몸으로 익히는 경험들이 제게 쌓이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합니다.
먹이를 끊고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가 찾아오자 모든 곰들은 잠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따금 탱이에서 벗어나 눈을 핥아 먹거나 볏짚을 모으며 탱이를 재정비한 후 다시 잠에 빠집니다. 돌보는 인간들은 CCTV를 통해 곰들의 변화를 관찰하며 곰들의 두 번째 겨울잠을, 긴긴밤에 빠진 곰들의 세상을 들여다보려합니다.
- 곰들의 겨울잠 모습 함께 보기👆
💌 곰 돌보는 인간들 ep.06 화천의 겨울 채비
마지막까지 열심히 배를 채우며
푹신하고 포근한 탱이를 만들었고요 😪
사무실 누수를 막기 위한 천막도 치며
추운 겨울을 꼼꼼하게 대비해요 💪
겨울 채비 모습을 함께 만나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