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지금은 판다 대여를 말할 때가 아니다, 기후부는 사육곰 구호와 전시동물 복지에 책임을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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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2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우치동물원을 방문해 판다 입식 준비 상황을 점검하면서 “가급적이면 푸바오와 남자친구가 함께 올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볼 예정”이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전해졌다. 동물을 외교 수단으로 이용하는 구태에 비판이 거센 가운데, 야생동물을 의인화하여 ‘남자친구’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판다를 흥행 수단으로 바라보는 생명 감수성은 실로 개탄스럽다. 더욱이 이 발언이 대한민국 생태·환경 정책을 총괄하고 책임져야 할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우리를 깊은 절망으로 몰아 넣는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판다 대여’라는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다.


시민사회의 치열한 노력 끝에 지난 2022년 12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은 동물전시시설 설립 요건을 허가제로 강화하고, 무분별한 동물체험을 전면 금지했으며, 허가받지 않은 시설에서의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함으로써 전시동물 복지를 개선할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는 동물을 전시와 체험의 대상으로 소비해온 행태를 바꾸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 2년이 넘은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현장은 여전히 처참하다. 법은 시행됐는데 제대로 된 관리·감독은 부재하다. 개정안은 ‘보유동물을 활용한 교육 계획’을 제출해 승인받은 프로그램에 한해서만 체험을 허용하도록 했으나, 실제로는 형식적인 서류 제출만으로도 체험이 허용되고 있다. 개정안 시행 후 법적 요건에 맞게 시설을 개보수하거나 영업을 중단하도록 하기 위해 부여한 4년의 유예기간은 기준 미달 시설들이 버젓이 돈벌이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영업 허용 기간’으로 전락했다. 지금도 전시장에 갇혀 고통받는 동물의 처우 개선에 집중해도 모자른 시점에 판다를 동물원에 데려와 인기 몰이를 하겠다는 발상은 시대적 퇴행이다. 


우치동물원은 거점동물원으로서의 본질을 훼손하지 말라.


정부는 우치동물원에 판다 대여를 추진하며 ‘제 2호 거점동물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이는 제도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해당 제도의 핵심은 전국 100여개에 달하는 민간동물원의 보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있다. 현행법은 시설에서 수의사를 고용하도록 하지만, 민간동물원에서 고용한 촉탁수의사는 시설 방문에 그칠 뿐 상시적인 점검 및 관리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상근 수의사가 있는 공영동물원을 거점동물원으로 지정하여 권역 내 민간동물원의 보건 관리를 지원하도록 한 것이 제도 도입의 주목적이다. 

이처럼 판다 대여는 거점동물원의 역할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 판다는 ‘긴급 보호가 필요한 야생동물’도 아니며, 이번 대여를 ‘종 보전 프로그램’ 일환으로 보기도 어렵다. 거점동물원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 국내에 산재했음에도 인기 동물 대여에만 몰두하는 우치동물원의 태도는 우리가 기대하는 공영동물원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거점동물원으로서 시선이 향해야 할 방향은 판다 대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된 국내 전시동물이다. 


정부는 인기에 영합하는 ‘판다 외교’를 멈추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는 동물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동물을 외교 수단으로 이용하는 판다 대여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 유명무실해진 법의 취지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도록 전국 동물원과 수족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라!


- 사육곰 199마리 보호를 위한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2026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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